한국여장로연합회 이현정 회장이 말하는 ‘교회 속 여성의 역할’
한국교회에서 ‘여성 장로’는 어떤 존재일까. 여성에게 안수를 주는 교단 자체도 많지 않지만 안수를 받아도 ‘여성’ ‘평신도’라는 한계로 운신의 폭이 좁다. 대부분 은퇴연령(70세)을 몇 년 안 남기고야 안수를 받는다는 문제도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한국여장로회연합회 이현정(75·서울 연동교회 은퇴 장로) 회장은 부러움을 살 만한 사람이다. 파격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당당하게 장로직을 수행했던 이 회장을 만나 한국교회와 여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세워주려면 이 교회처럼=이 회장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가 여성 장로 안수를 허락한 지 2년 만인 1996년 장립된 ‘1세대 여성 장로’다. 그때 나이 60세로 당시 여성 장로들 중 가장 어렸다. 게다가 보통 여장로들이 봉사, 친교부를 맡곤 했던 것과 달리 요직을 꽤 담당했다. 감사부장, 구역회 부회장(회장은 담임목사)을 거쳐 재정부장까지 맡았던 것이다. “제가 교단 여장로회에 나가서 재정부장이 됐다니까 모두들 깜짝 놀랐었지요.”
이는 연동교회의 앞선 의식 수준을 보여준다. “제가 권사일 때 김형태 목사(현재 원로목사)님은 ‘여자도 곧 장로가 된다’면서 미리 훈련을 시키셨어요. 예배 성경 봉독은 꼭 여성 권사들에게 맡기셨고요. 그때는 여자가 단상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파격이었지요.”
그런 분위기 덕에 얌전한 성격이던 이 회장도 당회에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냈다. 남성 장로들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 서울노회 총대로도 6년간 활동했다.
◇여성 장로가 주는 유익=이 회장은 “사회 경험이 풍부한 남자들보다 못한 점이 많았다”고 겸손해하면서도 “나은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정부장을 할 때 ‘내 집 살림하듯’ 꼼꼼히 살폈더니 교회에 유익을 줄 부분이 꽤 있더라고. 평신도들과 직접 대면하며 봉사하는 제직 대부분이 여성인 만큼 재정적 요구에 대한 소통이 원활하기도 했다. 이 장로는 “어떤 일은 남자만, 어떤 일은 여자만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두루 일을 맡겨 보면 나아지는 부분이 생긴다”고 조언했다.
여성 안수 15년째인 예장 통합 교단의 여성 장로 수는 600여명이다. 8000개에 가까운 교회 수로 볼 때 아직 10개 교회당 1명 수준도 안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여성들이 오히려 여성 장로를 뽑아주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이 회장은 “여성도들은 남자 후보의 부인이거나 딸이기도 하다”라며 “단순하지 않은 문제”라고 했다.
다만 담임목사의 의지만 있으면 여성 장로의 비율은 빠르게 올라간다면서 최근 연동교회 이성희 목사가 현재 25명 중 4명인 여성 장로 비율을 3분의 1 수준으로 높이기로 한 일을 은근히 자랑했다.
◇쓰임 받는다는 즐거움=은퇴 이후에도 한국여성장로회연합회 일로 쉴 틈 없이 바쁘지만 이 회장은 “나는 본래 일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모태신앙이지만 믿음이 얕았어요. 집사도 느지막이 마흔에 받았죠. 그런데 마흔 일곱에 덜컥 권사가 된 거예요. ‘원치도 않았는데 왜 직분을 주시나’ 하며 부담스러워했죠. 그런데 일을 맡아 하다 보니 믿음이 자라더라고요.”
장로가 되고서야 비로소 직분이 은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이 회장은 이후로는 무슨 일이든 주어지면 “하나님이 나를 통해 하고 싶으신 일이 있구나”라고 이해한다.
젊은 기독교인들에게 조언 하나를 부탁했다. “무슨 자격으로”라며 손을 내젓던 이 회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젊을 때는 신앙의 문제로 방황을 많이 하라”는 의외의 얘기를 꺼냈다.
“젊어서는 내가 가진 신앙이 올바른가, 하나님 뜻에 맞게 살고 있나 고민을 많이 해야 해요. 대신 진지하게 그 고민과 대면을 해야지요. 그 과정을 거쳐야 진리를 만날 수 있고, ‘예수님 알고 나니까 이렇게 좋구나!’ 할 수 있어요. 지금의 저처럼요.”
한국여장로회연합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세 교단 여성 장로들의 연합기관이다. 2000년 결성돼 올해로 11주년을 맞았다.
세 교단의 여성 장로 수를 합치면 2000명이 넘지만 실제 활동하는 회원은 200여명 정도다. 각 교단 여장로회 임원 등 52명의 장로가 위원으로 참여하는 실행위원회가 연합회를 이끌고 있다. 2년 임기의 회장은 세 교단이 돌아가며 추천한다.
‘나라를 위한 기도회’를 매년 2회씩 총 21회 개최했고 북한 어린이에게 분유 보내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돕기, 일본 교회 및 재일 동포 교회 여성과의 연대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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