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길 명소
제주도는 동백섬이다. 나지막한 돌담 안에는 동백나무 한두 그루 없는 집이 없고, 동백나무 아래에는 낙화한 동백꽃들이 수북이 쌓여 화사하면서도 처연한 미소를 짓는다. 붉은 카펫의 주인공은 도보여행에 나선 올레꾼들. 행여 밟을세라 조심조심 동백꽃길을 걸어보지만 발 디딜 틈도 없이 떨어져 나뒹구는 동백꽃에 이내 아찔한 꽃멀미가 난다.
동백나무 군락지 중 으뜸은 남원읍 위미리의 동백나무 숲. 수령 130여년의 동백나무 고목 500여 그루가 마을을 둘러싸고 있다. 위미리 동백나무 숲을 가꾼 주인공은 17세 되던 해에 이 마을로 시집온 현병춘(1858∼1933) 할머니. 해초를 채취하고 품팔이를 해서 번 돈 35냥으로 ‘버둑’으로 불리는 황무지를 구입해 옥토로 가꿨다고 전한다.
현 할머니는 버둑 둘레에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동백나무 씨앗 한 말을 따다 뿌렸다고 한다. 제주도의 모진 바람을 막기 위해 방풍림을 조성한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큰 동백나무는 가슴둘레 1.4m에 높이는 10m. 비바람이라도 몰아치면 초록색 잎과 붉은 꽃이 어우러져 격렬한 춤을 춘다. 돌담에 떨어져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동백꽃은 한 폭의 그림이다.
올레 5코스에 위치한 위미리 동백나무 숲은 너무 울창해 한낮에도 어두컴컴하다. 낙화한 동백꽃은 지붕, 텃밭, 돌담, 골목 등 주변을 온통 붉게 채색한다. 붉은 철대문 집은 현 할머니의 후손이 사는 집. 관광객들을 위해 언제나 열려있는 철대문 안으로 들어서면 내달 초까지 꽃이 핀다는 동백나무가 빽빽하다.
남원읍 신흥2리의 동백나무 군락지는 3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마을숲. 위미리 동백나무 숲보다 규모는 작지만 마을이 형성될 당시 방풍림으로 심은 동백나무가 고목을 이루고 있다. 동백숲에는 참식나무, 생달나무, 팽나무, 귤나무도 뿌리를 내려 아담한 정원을 이루고 있다.
이밖에도 제주도에는 이름난 동백나무 군락지가 많다. ‘카멜리아 힐’처럼 관광용으로 조성된 동백나무 테마공원도 있지만 올레길을 걷다 만나는 소박한 마을의 동백꽃길이 더 마음을 끈다. 붉은색 동백꽃과 하얀색 동백꽃, 그리고 검은 돌담과 노란 유채꽃이 어우러진 이색풍경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유채꽃길 명소
제주도를 상징하는 봄꽃은 노란 유채꽃이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옆 대포동의 주상절리대 입구와 산방산, 송악산, 용머리해안은 대표적인 유채꽃밭. 해풍의 지휘봉을 따라 현란한 춤을 추는 유채꽃의 노란 물결과 짙은 향기가 정신을 아득하게 한다. 특히 검은 돌담과 어우러진 노란 유채꽃은 명도 대비가 가장 큰 색의 조합으로 서로의 존재를 더욱 두드러지게 하는 미덕을 지녔다.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채꽃길은 표선면 가시리 사거리에서 정석항공관에 이르는 5.5㎞ 구간. 2차선 도로 양쪽에 조성된 폭 3∼5m의 유채꽃밭이 직선과 곡선을 그리며 오름 사이를 달린다. 특히 도로변의 왕벚나무 가로수도 연분홍 꽃을 활짝 피워 무심코 들른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구좌읍 세화리에서 종달리를 거쳐 성산읍 섭지코지에 이르는 약 20㎞의 해안도로는 드라이브를 겸해 유채꽃을 감상하는 길. 나지막한 돌담에 둘러싸인 유채밭이 계단을 이루며 한라산과 바다를 향하는 이색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유채밭 옆에는 이따금 초록색 마늘밭과 보리밭도 이웃해 더욱 눈을 황홀하게 한다.
TV드라마 ‘올인’의 야외세트장이 들어서면서 유명해진 섭지코지는 유채밭을 배경으로 성산일출봉이 장관을 이루는 곳. 몇 년 전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유채밭이 대부분 사라졌지만 경관용으로 남겨놓은 유채밭이 바다 건너 성산일출봉과 어우러져 제주도의 봄풍경을 대표한다.
구좌읍의 둔지봉(287m) 일대를 수놓은 드넓은 유채밭도 눈길을 끈다. 주위에 공동묘지가 있어 관광객들이 잘 찾지 않은 곳이지만 노란 유채꽃과 하얀 무꽃이 둔지봉을 배경으로 지평선을 그릴 정도로 광활하다. 끊길 듯 이어지는 돌담길에는 보랏빛 개불알풀꽃을 비롯해 온갖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 따사로운 봄날을 즐기고 있다.
전형적인 해녀마을인 우도는 영화 ‘시월애’와 ‘인어공주’를 촬영했던 곳으로 요즘 유채꽃이 한창이다. 상우목동 하우목동 등 바닷가 마을은 끝없이 펼쳐지는 유채밭과 바다 사이에서 처마를 맞댄 채 옹기종기 모여 정담을 나눈다. 우도등대로 유명한 우도봉(132m)에 오르면 유채꽃으로 노랗게 물든 마을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주=글·사진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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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기에 취해 꽃멀미하는 제주도 봄꽃 여행… 꽃길에서 길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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