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둔 영화가 원작과 비교되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상실의 시대’라면 전세계적으로 1000만부 이상이 팔린 20세기의 화제작. 더군다나 ‘상실의 시대’라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이기도 하지 않은가. 왕가위 감독이 연출을 원했으나 작가가 허락하지 않아 포기했다는 일화도 있다.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을 2시간짜리 영상으로 압축하면서, 트란 안 훙 감독은 되도록 원작에 충실한 연출을 택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감각적이고 치밀하되 묵직하지 않은 소설의 콘텐츠는 영상이라는 매체와 잘 어울렸다.
배경은 1960년대 말 일본의 대학가. 와타나베(마츠야마 켄이치)는 대학에 입학한 뒤 우연히 고교 시절의 친구이자 친구의 연인이기도 했던 나오코(기쿠치 린코)를 만난다. 둘은 사랑을 나누지만 나오코는 곧 요양소에 들어가버리고, 와타나베가 도쿄에 있는 동안 미도리(미즈하라 기코)가 적극적으로 그에게 다가온다. 원작과 영화가 한가지로 그리고자 한 바는 깊이 사랑하고, 고통에 몸부림치며, 결국은 멀어지는 ‘젊음’이다.
원작의 치밀한 심리 묘사와 정치한 문장이 스크린에 제대로 나타나려면 배우의 역할이 중요했다. 마츠야마 켄이치를 비롯한 세 주연은 과연 호연했다. ‘센티미엔토’, ‘바벨’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세계에 얼굴을 알린 기쿠치 린코의 불안한 나오코가 특히 눈길을 끈다. 영화의 나오코가 원작의 인물과 완벽히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어도, 번민과 애정, 고통 속에서 바스라지는 스무 살이 생생히 재현됐다. 구겨진 데 없는 청춘의 매력을 고스란히 발현한 미즈하라 기코는 이 영화가 데뷔작. 초원과 바람, 파도 등 인물의 정서와 맞물려 휘몰아치는 듯한 영상은 소설이 가질 수 없었던 미덕이다.
이 영화가 궁금할 사람은 원작소설의 팬 뿐 아니라 청춘을 지났거나 지나오고 있는 많은 이들이 아닐까. 원작의 제목은 널리 알려진 대로 ‘노르웨이의 숲(Norwegian Wood)’이다. 같은 이름을 가진 비틀즈의 곡이 영화 말미에 삽입됐다. 18세가. 21일 개봉.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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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서도 여전한 청춘의 상실감… 4월 21일 개봉 ‘상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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