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꿈나무들 ‘믿음 홈런!’… 무학교회 야구단 ‘무학 오즈 크레인즈’
지난 2일 오후 2시 서울 잠실구장. 서울지역 라이벌 두산과 LG가 2011 프로야구 개막전을 펼쳤다. 두 팀의 개막전 맞대결은 통산 9번째. 8번 중 7번은 두산 승리. 하지만 이변을 노리는 LG 각오 또한 남달랐다. 이날 구장을 찾은 관중 2만7000여명도 ‘역시 두산이냐, 이변이냐’를 놓고 응원 열기를 더했다.
같은 시각 서울 행당동의 무학중학교 운동장. 이곳에도 야구 열기가 가득했다. 먼 훗날 잠실구장에 설지 모르는 야구 꿈나무들의 연습이 진행됐다. 그럴듯하게 야구 유니폼까지 차려 입은 초등학생 1∼6학년 20여명은 한쪽은 투수, 한쪽은 포수가 돼 볼을 주고받았다. 아직은 어설퍼 보여도 이들은 연식야구연맹에 정식으로 가입된 어린이 야구단원이다. ‘무학 오즈 크레인즈’(이하 크레인즈) 소속이다.
게임 이기면 자장면, 지면 할 수 없고
“얘가 미래의 박찬호인 김찬호예요. 왼손잡이 투수인데, 크게 될 것 같아요.” 크레인즈 김덕영 감독의 설명이다. 찬호는 서울 장안동 장평초 5학년이다. 다른 초등학생들과 비교해 실제 볼이 빨랐다.
김한결(무학초 6학년)도 눈에 띄었다. 키도 크고 몸놀림이 빨랐다. 한결이는 무학초 육상부원이다. 운동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 “앞으로 야구를 하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지금은 야구가 마냥 재미있어요.” 야구하면서 무엇이 가장 재미있냐고 묻자 “경기 때 이기면 햄버거를 사 주세요. 지난번엔 목사님이 자장면도 사주셨어요.”
어린이 야구단 크레인즈는 목사가 자장면을 사주는 야구단이다. 서울 행당동 무학교회 김창근 목사가 구단주다. 교회가 배트, 볼, 보호대 등을 지원한다. 김덕영 감독은 이 교회 영·유아·어린이·청소년부 교육담당 목사다.
크레인즈는 지난해 6월 창단식을 갖고 대한야구협회 산하 한국연식야구연맹에도 가입했다. 전적은 그래봐야 4, 5개 어린이팀이 비공식적으로 겨뤄 우승 한 번, 준우승 한 번이지만 아이들은 사기충천이다. 어떤 학생은 야구선수가 되기로 했다. 야구가 아이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주고 있는 것이다.
교회로서는 새로운 전도방법을 발견한 셈이다. 단원 3분의 1이 비기독인이다. 부모들은 창단예배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한다. 야구가 아이는 물론 부모까지 교회로 인도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야구단 입단 조건 “교회 출석할 것”
2년 전 무학교회 어린이부서에 야구를 좋아하는 한 전도사가 있었다. 그는 아이들과 야구를 하고 싶었다. 그 일환으로 야구대회를 주최했다. 먼저 교회에 임시로 어린이야구팀을 만들었다. 참가할 수 있는 교회를 수소문했다. 그는 2009년 10월 제1회 무학어린이 야구대회를 열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교회 아이들이 너도나도 참가하겠다고 했다. 부모들의 문의도 잇따랐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도 소문을 듣고 구경 왔다. 야구는 몇 명만 있다고 할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인근에 초·중학교가 많았지만 야구팀이 없었다.
이때 무학교회 야구팀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한강교회 광장교회 등 4곳과 겨뤄 준결승까지 올라갔다. 상대팀이 기권했다. “그날이 주일이었는데 예배를 드려야 한다면서 갔어요. 그럼 우리 팀은 예배보다 야구를 더 중시하는 게 됐네요. 하하.” 김 감독이 웃었다.
“야구팀이 우승도 했지. 관심도 높지. 야구하자고 하면 아이들이 교회에 오겠다 싶더라고요. 아이들이 교회에 오면 당연히 부모도 따라오게 돼 있고요.” 교회는 아예 상설야구단을 만들기로 했다. 자격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무학교회 교인이 아니어도 됐다. 오히려 환영이었다. 다만 조건을 달았다. 야구단에 입단한 어린이는 무학교회 어린이부서에 등록할 것. 선착순으로 모집, 오디션을 봤다.
후원 위해 10번 타자 별도 모집
‘무학 오즈 크레인즈’라는 이름은 아이들이 지었다. ‘천국에서의 학들’이란 뜻이다. 지금은 중학교 1학년이 된 박찬희가 ‘on the zion(천국에서)’을, 역시 중학교 1학년인 한동현이 ‘무학교회’ 이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cranes(학)’를 제안했다. 이를 합쳤다.
야구단 후원을 위해 ‘10번 타자’를 별도로 모집한다. 야구용품, 간식 등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영·유아·어린이·청소년부의 교육 담당 장로 이태곤(58)씨가 이사장을 맡으면서 책임자로 선임됐다. 단장, 부단장 등 교인 8명을 이사로 선정, 후원자로 모셨다.
평소 연습은 교회 옥상, 교회 앞에 위치한 무학중학교에서 매주 한 번씩 한다. 처음에는 야구에 관심 있는 목회자와 교인이 가르쳤다. 하지만 장소 섭외와 야구 지도에 한계가 있었다. 이로 인해 다음주부터 서울 잠실운동장 서문 데크 어린이 전용 연식야구장을 매주 토요일 빌리기로 했다. 코치도 초빙했다. 연식야구연맹 코치 2명이 오게 된다.
창단한 지 9개월 밖에 안 지났지만 팀은 부산 원정경기도 갔다 왔다. 지난해 8월 여름 방학 때였다. 부산지역 교회 소속 어린이야구팀 4곳과 7일 동안 경기했다. 결과는 준우승이었다. 오는 길에 한 대학에서 전도도 했다. 그러다 쫓겨났다. 서울 면목동 중목초 5학년 전승규는 “경비 아저씨가 여기가 타종교 대학인 것 모르냐며 나가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연맹기 우승도 할 것
김 감독은 “이제 시작이지만 기대가 크다”고 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어서 좋아요. 또 야구가 아이들을 바꿔놔요. 자신감을 주는 것 같아요. 평소 조용하던 아이가 교회활동에 적극 참여하기도 하고요.”
무학교회는 영·유아·어린이·청소년부의 활발한 활동으로 이미 유명하다. 영아부터 청소년까지 현재 출석인원이 1000여명이다. 청소년축구단은 2년 전에 창단, 활동하고 있다.
크레인즈의 올 목표는 야구 기본기를 확실히 다지는 것. 나아가 연식야구연맹기 대회에 참가해 우승도 노릴 계획이다. 아이들의 영적 승리는 기본이다. 야구단은 매 연습 전에 기도회를 연다.
야구단은 ‘대지진 일본의 빠른 회복’을 놓고도 기도한다. “일본 원정경기도 목표 중에 하나인데 대지진 때문에 힘들게 됐잖아요. 일본 어린이들이 특히 힘냈으면 좋겠어요.” 찬호의 어른스런 설명이다.
개막전 결과다. 두산 LG전에서 두산이 4대 0으로 이겼다. 3일 열린 두산과 LG의 시즌 2차전에서는 LG가 7대 0으로 복수했다.
글 전병선 기자·사진 이병주 기자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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