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환경운동연대 유미호 정책실장이 말하는 ‘환경 위해 크리스천이 할 일’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 아무 빚도 지지 맙시다. ‘생태적 빚’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처럼 환경 이슈가 많은 때도 드물다. 일본 발 방사능 공포로 인한 ‘원자력 발전’ 문제, 구제역으로 인한 육류 소비의 문제, 4대강 개발 논쟁, 거기다 지진 태풍 등 잦은 자연재해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우려까지. ‘이미 지구는 회복 불능 상태가 아닐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기독교인으로서 이런 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유미호(45) 정책실장을 만나 들어봤다.
유 실장은 1991년 이 단체에 합류해 올해로 꼭 20년째 몸담고 있다. 연세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기독교계 신문 기자로 일하다가 당시 새로 소장을 맡은 인명진 목사를 인터뷰한 일이 계기가 됐다.
“기독교인으로서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지키는 일을 한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꼈어요. 그때는 내가 잘 선택했다고 뿌듯해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쓰임 받게 됐을 뿐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 단체는 1982년 ‘한국공해문제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유 실장이 들어갔을 때는 ‘한국반핵반공해평화연구소’라는 이름이었다. ‘반핵’이 단체명에까지 들어 있었던 이유에 대해 그는 “당시는 핵무기에 대한 경각심이 컸다”고 설명한다. “사실 핵발전의 뿌리는 핵무기입니다. 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에너지를 상업용으로 활용하고자 만든 것이 원자력 발전소이니까요.”
현재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로 인한 방사능 공포에 대해 그는 “현대 사회가 ‘먹음직도 보암직도 지혜로워질 만큼 탐스럽기도 한’ 현대판 선악과를 덥석 문 결과”라고 단언한다. “우리는 이 좁은 국토에 21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가동하면서도 더 많은 에너지를 쓸 궁리만 하고 있어요. 적정 에너지의 선을 찾아 절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는 특히 기독교인이라면 ‘생태적 감수성’에 민감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 풍요롭고 편리해지겠다고 무분별하게 에너지를 쓰는 행위는 다른 가난한 사람들, 생태계,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빚을 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인에 적지 않게 퍼진 ‘환경적 종말론’, 즉 ‘어차피 지구는 망가졌기 때문에 나 하나 애써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신앙인의 자세는 자기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게 아니니까요. 하나님께서 하시리라 믿고 지극히 작은 역할이나마 최선을 다해 감당하는 것이지요.”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골프장 대중화 반대’ ‘농촌·학교 쓰레기 처리 실태 조사’ ‘새만금 매립 백지화 운동’ 등 사회적 운동도 벌여 왔지만 교회를 통한 실천적 환경 운동도 힘써왔다. 1984년 환경주일(6월 첫째 주) 제정, 1998년부터 19개 지역을 순회하며 환경 교육과 지도자 양성을 한 ‘녹색교회 21’, 2002년부터 건강한 먹거리를 취하고 음식을 남기지 말자는 취지로 벌인 ‘생명밥상운동’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모델 교회를 찾는 일도 쉽지 않고,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교회도 많지 않지만 유 실장은 “과소평가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적은 수나마 이 교회들이 바로 ‘소돔성’을 멸망시키려는 하나님의 마음을 돌릴 ‘환경적 의인’이라는 믿음에서다.
단체 부설 한국교회환경연구소의 책임연구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윤리위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환경보전위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유 실장은 개인적으로는 채식주의자이며 가정에서 ‘생명밥상운동’을 먼저 실천하는 주부다.
그럼에도 “커피 하나 끊는 데도 ‘바울의 가시’를 떠올릴 만큼 나약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고백한 그는 “그저 신앙인의 양심으로 환경 문제를 직시하려는 것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그에게서 단 한 사람의 의인이라도 더 찾아내 소돔성을 구하려 했던 아브라함의 심정이 엿보였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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