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문일] 지도자의 정위치

Է:2011-03-2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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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언론이 간 나오토 총리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총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게 불만인 모양이다. 지진 이후 총리 기자회견은 단 한 번. 국회의 출석 요구도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하고 있다. 대신 정부 대변인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이 수면부족과 피로에 찌든 얼굴로 밤낮 없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보스는 얼굴을 감추고 넘버 2가 바쁜 것은 어째서일까. 해답은 그것도 일본의 매뉴얼이기 때문이다.

간 총리는 지진 다음날인 12일 후쿠시마 원전을 시찰했다. 최초 폭발이 일어나기 전이었다. 약 50분간 머물면서 상황 설명을 들었다. 도쿄공업대학 응용물리학과를 졸업한 간 총리가 원자력에 대해 잘 안다는 자부심에서 취한 행동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때문에 간 총리는 도쿄전력으로부터 엄청난 반격을 받게 된다.

간 총리가 다녀간 날 오후에 원자로 격납고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방송 화면에 폭발 장면이 거듭 비춰지고 있는데도 총리 관저에는 한 시간이나 지나서 보고가 됐다. 간 총리는 도쿄전력에 벼락같이 화를 냈다. 연이은 폭발과 방사능 누출로 전 지구적 질타를 받던 도쿄전력이 조금 정신을 차리게 되자 간 총리에게 방사능급 반격을 가했다. 총리에게 뺏긴 50분 때문에 원전에 대응할 시간 3시간을 놓쳤다는 주장이다. 총리는 1년짜리지만 독점기업인 도쿄전력은 백년권력이므로 가능한 반격이다. 원전 시설이 망가지는 게 아까워 30시간 동안 바닷물 투입을 거부한 도쿄전력의 주장이니 액면대로 믿을 수는 없다.

그러나 총리의 원전 시찰 후 내각에서 총리의 매뉴얼이 무시됐다는 반성이 나왔다. 전국시대 전쟁은 주로 양쪽 진영이 마주보며 벌이는 기동전이었다. 대장은 본진에서 전장을 내려다보며 꼭 필요한 지시만 내릴 뿐이다.

대장은 움직여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규모가 훨씬 커진 근대전에서도 적용됐다. 극단적인 예가 러일전쟁에서 일본군을 총지휘한 오야마 이와오다. 그는 “지는 싸움이면 내가 지휘하겠다”며 전쟁 내내 막사에서 낮잠을 즐기고 한시를 지었다고 한다.

매뉴얼을 무시한 간 총리의 원전 시찰은 어쩌면 미증유의 대재난에 대한 예감이 아니었을까. 매뉴얼 신앙 때문에 간 총리가 속수무책으로 관저를 지키며 혼자 도시락을 먹는다면 안쓰러운 일이다. 어쨌거나 지금쯤은 간 총리가 일본이 아니라 국제사회를 향해 사과성명을 발표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일본발 방사능은 주변국과 지구환경에 대한 엄청난 폐다.

문일 논설위원 norw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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