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적 감수성으로 빚은 ‘느림의 미학’… 사진작가 민병헌·구본창 전시회
아날로그 흑백 프린트를 고수하는 사진작가 민병헌(56)과 백자 달항아리 사진으로 유명한 구본창(58)은 동양적 미감으로 포착해낸 이미지를 통해 그윽한 멋을 선사한다. 둘의 작업은 확연히 다르지만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이 시대에 조금은 천천히 쉬어가면서, 오래된 것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두 작가의 전시가 나란히 열린다. 그런데 컨셉트가 이전과 달라졌다.
◇민병헌의 ‘폭포(Waterfall)’=작가는 서정적인 자연 풍경들을 중간톤의 회색조 프린트로 표현하는 독창적인 스타일로 유명하다. 1987년 울퉁불퉁한 돌덩이가 박힌 길, 자갈이 굴러다니며 잡초가 자라고 있는 거친 땅바닥을 찍은 사진 등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90년대 중반 ‘잡초(Weed)’ 시리즈를 통해 자신만의 사진기법으로 이름을 확고히 알렸다.
안개 자욱한 산이나 나무 또는 눈 덮인 땅을 찍은 그의 흑백 사진은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하지만 형체가 워낙 흐릿해 작품인지 백지인지 갸우뚱해하는 관람객들도 더러 있었다. 그러던 그가 이번에 콸콸 쏟아져 내리는 폭포를 카메라에 담았다. 기존 작품이 고요한 아침의 이미지였다면 신작은 물살의 추상적 조형성과 함께 촉각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사진심리학자 신수진씨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폭포 사진들은 셔터를 길게 늘려 물의 흐름이 과장되었거나 반대로 셔터를 짧게 끊어서 극적으로 고정시킨 것들이었지만, 그의 사진에 등장하는 폭포의 물줄기는 중간 셔터로 찍어 실제 눈에 보이는 그대로 흘러내린다”고 평했다. 기존작을 포함해 70여점을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5월 7일까지 볼 수 있다(02-418-1315).
◇구본창의 ‘수집’(Collection)’=작가는 어린 시절 김찬삼의 세계여행기를 보며 여행에 대한 꿈을 키웠고 어른이 되어 그 꿈을 실현하게 되자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사물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가짜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1960년대 영어잡지와 70년대 달력, 내용은 없고 프레임만 남은 액자 등 별 것도 아닌 수집품들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백자’ 작업의 발단이 됐다.
“낡고 이름 없고 하찮은 것들, 남들이 쉽게 귀 기울이지 않는 것, 모퉁이에 있는 것에 항상 관심이 많았어요. 내 주변에서 비어 있고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 무엇일까 찾다 보니 백자가 있더라고요. 텅 비어 있고 채워지길 기다리는 것이 바로 백자라는 것을 깨닫게 된 거죠.” 수집에 대한 관심은 다른 사람들의 개인 수집품들을 찍는 작업으로도 이어졌다.
일본 건축가 이타미 준의 달항아리 수집품과 오사카 동양도자 박물관의 한국백자, 프랑스 기메 박물관의 한국 탈, 도쿄 민예관에 있는 야나기 무네요시의 한국 곱돌 도자기 등을 찍었다. 이렇게 촬영한 작품은 기존의 백자 연작과 맞닿아 있다.
그의 각종 수집품들과 사진 등 48점을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다음달 30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02-733-8449).
이광형 선임기자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