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피격 1주년] “군복입은 사람만 봐도… 마음 추스르기엔 1년은 짧아”

Է:2011-03-23 21:35
ϱ
ũ
[천안함 피격 1주년] “군복입은 사람만 봐도… 마음 추스르기엔 1년은 짧아”

② 아픔 딛고 일어서는 유가족들

천안함 전사자 유족들이 마음을 추스르기에 1년은 짧았다. 슬픔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온전히 복귀한 유족은 없었다. 대부분 유품을 정리하지 못했고, 고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유족도 많았다. 아내와 자녀는 연고가 사라진 해군아파트를 떠났고, 부모는 아들 묘지만 찾는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아직 어딘가 살아있는 듯…”=고 김태석 원사의 큰누나 김효순(52)씨는 23일 “시간이 흐른다고 잊힐 일은 아니지 않으냐. 1년이 지났지만 그때 일이 생생하다”고 했다. 작은누나 김원(48)씨는 바다에 가지 못한다. 동생이 산화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TV에서 바다 풍경이 비치면 채널을 돌린다. 다른 유가족의 심정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겪지 않은 사람은 ‘벌써 1년 됐구나’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가족의 아픔은 시간과 무관한 것 같다”며 “동생이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아들 문규석 원사를 잃은 문창호(62)씨는 “자식을 가슴에 묻었는데 죽을 때까지 어떻게 괜찮아지겠느냐”며 “불현듯 마음이 아플 땐 어쩔 도리가 없다”고 했다. 문씨 부인 유의자(60)씨는 밤마다 울다 잠들기 일쑤다. 문 원사의 매형 박형준(39)씨는 “어머님께 안부전화를 걸면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서도 안 울었다고 하신다”고 걱정했다. 유씨는 거의 매주 아들이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에 간다.

고 박성균 중사의 아버지 박희진(50)씨의 한숨은 여전히 깊었다. 박씨는 “시간이 지난다고 아들이 마음에서 떠나겠느냐”고 되물었다. 박씨 부인 송업선(47)씨는 “성균이가 죽었다는 게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며 “성균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더욱더 열심히 사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송씨는 “평소 하던 식당일을 더 열심히 하며 바쁘게 살려고 한다”고 했다.

고 서대호 중사의 아버지 서영희(55)씨는 아직 아들 방을 정리하지 못했다. 서씨는 “선뜻 손댈 수 없었다”며 “매일 수십 번씩 아들 생각에 사로잡힌다”고 했다. 이상민 하사의 유족도 이 하사의 방을 그대로 뒀다. 누나 이순희(29)씨는 “흔적이 지워질까봐 군 월급 통장도 없애지 못했다”고 했다.

◇전사자 가족, 평택 떠나 새 출발=22일 찾은 경기도 평택 포승읍 원정초등학교에는 전사자 자녀가 남아있지 않았다.

2학년 허수빈(8)양은 “해강(김태석 원사의 둘째 딸)이랑 춤추고 놀던 때가 기억난다. 보고 싶다”고 했다. 전사자 가족은 영결식이 치러진 지난해 4월 이후 차례로 평택을 떠났다. 남편과 아버지의 근무지였던 평택에 남을 이유가 없었다. 김 원사의 아내 이수정(38)씨는 지난해 9월 세 딸과 서울로 이사했다. 남기훈 원사의 아내 지영신(37)씨도 지난달 남동생이 사는 경기도 안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문규석 원사의 아내와 두 딸은 사건 직후 충남 천안으로 이사했다.

해군아파트 부녀회장 유순화(53·여)씨는 “전사자 아내들은 남편의 빈자리에 고통스러워하다 결국 떠났다”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수 없어 붙잡지 못했다”고 했다. 고 박경수 상사의 아내와 같은 교회를 다닌 김경숙(55·여)씨는 “여기서 보이는 게 온통 군복 입은 군인인데 계속 있어 봐야 좋을 게 뭐 있겠느냐”며 “나 같아도 슬픔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빨리 떠났을 것”이라고 공감했다.

김태석 원사의 누나 김효순씨는 “다들 새 출발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천안함 사건이 장병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남북 대치 상황을 되새겨 안보의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강창욱 이용상 기자, 평택=김수현 기자 kcw@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