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다시 그리기… “우스꽝스런 캐릭터에 비극적 폭력 추가, 시사만화가들에 새로운 도전 과제”

Է:2011-03-1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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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다시 그리기… “우스꽝스런 캐릭터에 비극적 폭력 추가, 시사만화가들에 새로운 도전 과제”

“국민들은 나를 사랑한다” 광대서 폭군으로… 카다피 본색

눈은 작은 편인데 날카롭게 찢어져 뱀눈을 연상시킨다. 수염은 정리되지 않아 오히려 눈에 띈다. 커다란 코와 사각턱은 매서운 인상에 큰 몫을 하고 있다. 한겨울 말라비틀어지기 직전의 배추 같은 헤어스타일. 거기에 다른 데선 보기 힘든 모자를 썼다.

이런 특징을 가진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시사만화가들에게 정말 그리기 쉬운 대상이었다. 모자와 헤어스타일을 어지간히 그려 놓고 독재자들이 즐기는 검은색 선글라스만 씌우면 누구나 카다피인 줄 알 정도라고 한다. 카다피의 군대가 화력을 총동원해 시위 진압에 나서던 지난달 28일. 미국 잡지 뉴요커의 시사만화가 리자 도넬리(56)는 CNN 웹사이트 오피니언 코너에 이런 글을 올렸다.

“수십 년간 카다피는 그냥 광대로 그리면 됐었다. 아주 쉽고, 풍자하기 좋은 인물이었다. 이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에 지금 피와 공포와 자국민을 향한 비극적 폭력이 추가됐다. 그를 어떻게 그릴 것인가. 이제는 시사만화가들에게 어려운 도전 과제가 돼 버렸다.”

국민일보 서민호 화백이 카다피를 그렸다. 위 그림을 작업한 8일 밤에도 리비아에서 뉴스가 쏟아져 들어왔다. 카다피 군대는 전투기를 동원해 라스 라누프의 반정부 시위대를 폭격했다. 시위대가 장악한 자위야를 탈환하려고 탱크를 앞세워 진격했다. 카다피가 압도적 화력으로 시위대를 공격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군사적 대응을 언급했다. 리비아 내전의 장기화 우려가 제기됐다.

서 화백은 “카다피의 외모에서 그림의 실마리를 찾기엔 리비아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 이번 사태는 광대란 이미지에 가려 있던 그의 본 모습이 드러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자국민을 전투기로 폭격하는 지도자, 그 내면을 그림에 담아야 했다.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서 화백은 카다피의 눈을 그릴 때 디테일에 특히 신경 썼다고 했다. 사람의 얼굴에서 가장 많은 말을 하는 게 눈이다. 이 그림을 보는 사람이 먼저 눈에 시선이 가도록, 그 눈에서 광기와 잔인함이 뿜어져 나오도록 그리려고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동안 트레이드 마크였던 모자는 형체가 있는 듯 없는 듯하다. 얼굴 윤곽과 수염은 일부러 거친 선을 사용했다. 그가 여전히 ‘광대’였다면 모자를 강조하고 선이 좀더 부드러웠을 것이다. 그의 가슴팍에 자리 잡은 시위대 그림은 작고 초라하다. 몇 명이나 죽었는지 아무도 아는 이가 없다.

카다피는 지난달 28일 트리폴리 해변 레스토랑에 외신 기자 3명을 불러 인터뷰하며 “모든 국민은 나를 사랑한다. 나를 지키려 죽음도 불사한다”고 외쳤다. 그 때 시위대 사이에선 카다피가 진압 작전에 생화학무기를 사용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서 화백은 “리비아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카다피 그림은 계속 변화할 것이다. 축출된다면 광대도, 공포도 아닌 초라한 패배자로 그릴 수 있을 것이다. 내 펜으로 그를 희롱하고 싶다”고 말했다.

리자 도넬리가 편집하는 ‘월드 잉크’를 비롯, 해외 카툰 사이트마다 카다피를 묘사한 작품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어떤 만화가는 카다피 그림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왼쪽 위에서 두 번째)을 등장시키며 이런 말풍선을 달았다.

“갑작스럽군. 난 이제 세계에서 가장 미친 지도자가 아니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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