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독교 성지 순례] 한국 기독교 못자리… 기념관조차 없어 고즈넉
(1) 충남 서천 마량리
충남 서천 마량리(진)는 한국 기독교 신앙의 못자리다. 1816년 복음의 불모지였던 이 땅에 처음으로 성경이 전래된 한국교회의 모태다. 한국에 감리교회와 배재학당을 세우고 성경번역을 통해 복음의 뿌리를 내리게 한 아펜젤러 선교사가 못다 펼친 꿈을 접고 하늘나라로 떠난 순교지이기도 하다. 마량진을 시작으로 월요일 아침마다 복음의 꽃을 활짝 피운 선교 유적지를 소개한다.
최초 성경전래지로 가는 길은 평일인데도 서울 서부간선도로부터 막혔다. 차가 가다서다 거북처럼 기어가는 동안 한국 기독교 전래과정에 대해 생각해 봤다. 충남 지역 기독교 성지가 될 만한 곳을 손으로 꼽으면서 4시간여 만에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IC를 빠져나왔다.
나들목을 나와 서남쪽으로 20여분쯤 가면 충남의 최남단 마량포구에 닿는다. 이곳 역시 서해라 리아스식 해안(해수면 상승이나 지반 침강으로 침수돼 형성된 해안)이 발달한 지형으로 볼거리가 많다. 홍원항 전어축제, 동백꽃 주꾸미 축제, 마량포 해넘이·해돋이 축제 등 다양한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포구다.
일반 여행객이라면 완만한 수심과 고운 모래사장, 해송림이 우거진 춘장대 해수욕장 쪽으로 시선을 먼저 돌릴 수 있겠지만 크리스천이나 기독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가장 먼저 마량포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포구로 가는 길은 단편소설 속에 나올 법한 아름다운 지방도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서천화력발전소 끝자락에 있는 마량리 동백나무 숲이 눈에 들어온다. 수령이 500년이나 된 동백나무 80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다.
마량포구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는 한국 최초의 성경전래지 기념비와 아펜젤러 순교 기념비가 거센 해풍을 등진 채 5년째 추위에 떨고 있었다. 마량진 갈곶은 1816년 순양함을 타고 서해안을 탐사하다 표류한 영국 해군 머레이 맥스웰 대령이 마량진 첨사 조대복에게 성경을 건넨 곳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경로로 왜 이곳에 도착했을까. 영국 동인도회사는 순조 16년 중국에 파견한 암허스트 윌리엄에게 한국의 서해안 일대를 탐사해 해도(海圖)를 만들라는 훈령을 내렸다. 당시 영국은 돛과 증기기관을 동시에 활용하는 빠른 배를 발명해 경쟁국인 스페인과 네덜란드를 제치고 세계 곳곳에 지배권을 넓혀 나가던 때였다. 이때 영국과 스코틀랜드 성서공회는 이 배를 이용해 성경을 세계에 배포했다.
그들이 마량진에 도착한 날은 그해 9월 5일. 이 사건이 바로 한국 기독교 역사상 최초의 성경 반입사건으로 자리잡게 됐다.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서천의 교계 인사들은 2003년 5월 ‘마량진 한국 최초 성경전래지 성역화사업회’를 발족시켰다. 2007년 9월 5일에는 마량진 성경전래 191주년을 맞이해 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성지 만들기 사업은 올해도 8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였다. 현지 교계를 중심으로 성역화사업회를 이끌고 있는 한상명 서천제일교회 목사는 “마량진 주변 바다를 매립해 종교문화박물관을 조성할 계획을 세워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까지 마땅한 부지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기독교 연합회와 성역화기념사업회 주도로 기념관 건립 사업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천=글·사진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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