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세실리아 첫 산문집 ‘그대라는 문장’… 정갈한 시인이 만난 한 줄 詩같은 사람들

Է:2011-03-0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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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세실리아 첫 산문집 ‘그대라는 문장’… 정갈한 시인이 만난 한 줄 詩같은 사람들

손세실리아(47·사진) 시인은 서울 인사동 길거리 화단에 심어 놓은 벼를 보고도 시를 쓴다. 꽃보다 벼에 필(feel)이 꽂히는 그의 천성에 대한 궁금증은 첫 산문집 ‘그대라는 문장’(도서출판 삶이보이는창)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해소된다.

“원인 모를 화재로 전소된 고향집을 등지고 읍내로 나온 엄마는 양조장에서 쌀 빚을 얻어 반쯤은 불타버린 장롱을 뒤집어놓고 선술집을 차리셨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술을 찾는 주당들보다는 고정으로 숙식을 할 수 없겠느냐는 문의가 줄을 잇는 바람에 얼마 안 있어 방이 많고 마당 너른 독채를 구해 업종을 전환했는데 타지로 전출 가기 전까지는 방 뺄 생각을 전혀 안 하는 통에 좀처럼 빈자리가 나지 않을 정도로 성업이었다.”(‘그대 빈자리가 더욱 그리운’에서)

일찍 남편을 여의고 전북 정읍 읍내에 하숙집을 차린 어머니의 타고난 남도 손맛처럼 그 역시 살림이라면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는 시인이다. 집안 살림과 문학 살림을 겸업하고 있는 손 시인은 거의 모든 주말이면 전국 각처를 쏘다니며 마당발을 찍어놓는다. 여정을 통해 그는 시보다 먼저 인간을 만난다. 산문집에는 그가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감겨져 있다.

갠지스 강에서 보트 투어로 먹고 사는 툴루, 초보 글쟁이 강산숙, 제주 오름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린 사진작가 김영갑, 북한 계관시인 오영재, 작고 시인 박영근, 민중미술가 최병수, 배우 안석환, 제주 올레 이사장 서명숙 등은 산문집 제목처럼 ‘그대라는 문장’이 되어 그의 내면에서 되살아난다.

2년 전 제주도 여행 중 우연히 한 리조트의 옆방에 묵은 소설가 신경숙씨와 대화를 나누다가 둘이서 정읍여중 동창생이라는 사실을 30년 만에 알고 깜짝 놀랐다는 그는 요즘 뉴욕에 머물고 있는 신씨와 장문의 메일을 주고받는 낙이 쏠쏠하다. 신경숙이 뉴욕에서 보내온 발문 또한 일품이다. “내 중학교 동창생 세실리아의 산문을 읽는 시간 내내 내 입술은 모로 찌그러졌다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가 숙연해지는…갖은 모양새를 지었다. 그녀의 글은 따뜻한 체온을 지닌 손바닥처럼 소외된 사람들의 이마를 가만히 쓸어준다.” 손 시인은 옛 동창생을 만나게 해준 제주 올레길 18코스 끝자락에 조만간 ‘시인의 집’이라는 간판의 북카페를 열 계획이다.

정철훈 선임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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