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손수호] 반도화랑

Է:2011-03-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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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한국 최초의 상업화랑으로 개관한 반도화랑의 전통이 55년 만에 되살아나게 됐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1층에 ‘롯데호텔 갤러리’가 오늘 개관돼 반도화랑의 맥을 잇는 전시회를 갖는 것이다. 이 갤러리는 롯데호텔이 직접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호텔직영 화랑이라고 한다.

반도호텔 역시 1936년 문을 연 국내 첫 상업용 호텔이다. 1970년대 후반 롯데가 반도호텔과 인근 부지를 사들여 현재의 롯데호텔서울을 열었다. 반도화랑이 이 호텔 안이었으니 이번에 그 장소성을 기억하는 기획전 ‘1956 반도화랑, 한국 근현대미술의 재발견’을 꾸민 것은 여러모로 뜻이 깊다.

반도화랑은 이대원-박수근-박명자라는 유명 미술인 3명이 인연의 고리를 만든 현장으로 유명하다. 이대원(1921∼2005)은 화랑을 오픈한 주인공이다. 아시아재단이 운영하던 반관반민의 성격이긴 해도 그동안 지인들끼리 사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사례’하던 미술품을 ‘전시’와 ‘판매’ 형태로 바꾼 선구자다. 경성제국대 법과를 졸업했으나 어릴 적 꿈이었던 화가의 길을 걷게 된 그는 1971년 반도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승승장구, 걸출한 스타 화가가 되면서 홍익대 교수와 총장,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까지 지냈다.

‘국민화가’ 박수근(1914∼65)은 반도화랑의 전속작가나 마찬가지였다. 첫 전시를 연 곳도 반도화랑이었다. 손바닥만 한 그림을 벽에 닥지닥지 붙여 놓았는데, 시골집 담벼락 같은 독특한 마티에르를 눈여겨보는 외국인이 많았다. 박수근의 그림이 대거 미국으로 팔려나간 것도 이때였다.

박명자(68)는 이대원의 추천으로 반도화랑에서 일하다 1970년에 현대화랑을 연 한국 화랑계의 간판이다. 반도화랑에서 근무할 당시 박수근에 대한 박명자의 기억이 재밌다. “1960년대에 선생님은 일주일에 두세 번꼴로 반도화랑에 들렀지요. 그림이 좀 팔리는지 궁금하기도 했겠지요. 또 집이 있던 창신동은 동네 공중변소의 줄이 길어 양변기가 설치돼 있던 반도호텔을 좋아한 것 같습니다.”

3월 말까지 이어지는 롯데호텔 갤러리 개관전에는 반도화랑 개관 시 박수근과 2인전을 열었던 김종하 화백을 비롯해 권옥연 황용엽 윤명로 등 원로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반도화랑의 맥을 잇는다고 하니 원로들이 흔쾌히 작품을 내주었다고 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름이다. 한국 최초 화랑의 정신과 상징성을 잇겠다면 재벌의 계열사 같은 이름보다 유서 깊은 ‘반도화랑’을 쓰면 어떨까.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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