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 기미독립선언서 비문 교체 논란
서울 종로구가 최근 교체한 탑골공원 내 기미독립선언서 비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예작품의 예술성’과 ‘정확한 원본 고증’이 갈등의 핵심이다. 종로구는 1980년 탑골공원에 설치된 기미독립선언서 비문 교체 공사를 지난 9일 마무리했다. ‘吾等(오등)은 玆(자)에 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로 시작되는 기미독립선언서는 최남선이 기초하고 민족대표 33인이 1919년 3월 1일 발표한 글이다. 원본은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 보관돼 있다.
비문은 서예의 대가(大家) 고(故) 여초 김응현 선생의 작품이다. 비판론자들은 “한자의 획과 점을 임의로 고쳐 원문을 알아볼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선생의 제자들은 “예술성을 담기 위해 한자의 점과 획을 달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탑골공원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종로구는 독립기념관의 자문을 구한 뒤 예산 2000여만원을 들여 명조체로 비문을 교체했다. 종로구 담당자는 “김 선생이 쓴 비문은 원본과 다르기 때문에 원본과 최대한 비슷한 서체의 비문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독립기념관의 한 연구원은 “원본을 따라 고치는 게 옳다”며 “서예가가 훌륭한 글씨를 쓴 것이 작품으로서는 의미를 가질 수 있지만 역사적인 장소에 있는 역사적인 문서는 아름다운 글씨를 보여주는 것과 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김 선생의 제자들은 종로구가 비문을 교체해 김 선생의 명예와 작품의 예술성이 훼손됐다며 반발했다. 의암 김정호 선생은 “김 선생의 비문 한자가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라며 “서예 작품에 (새 비문에 쓰인) 명조체는 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비문 교체는 한국 서예계의 큰 산맥인 여초 선생 작품에 녹아 있는 시대성과 문화성을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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