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청와대 명찰

Է:2011-01-2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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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중고교생들에게 앞가슴 명찰은 필수다. 학교 입장에서 보면 자기 이름을 욕보이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최고의 학생 통제수단 아닐까 싶다. 일제 잔재이자 권위주의 산물이라는 비판도 받지만 명찰을 달지 않도록 한 학교는 거의 없다. 명찰은 통상 교복에 바느질을 해서 고정 부착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9년 고정 부착형의 경우 이름이 과도하게 노출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고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착·탈식으로 바꿀 것을 교육계에 권고했다. 하지만 이를 따르는 학교는 그리 많지 않다. 학교 밖에서의 일탈 행동을 막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일 것이다.

명찰 하면 퍼뜩 떠오르는 게 해병대 빨간 명찰이다. 해병대의 상징이다. 전역한 사람들도 자랑삼아 달고 다닌다. 해병대사령부에 따르면 빨간 명찰은 6·25 직후인 1954년부터 달기 시작했다. 빨간색은 피와 정열, 용기, 신의를 뜻하며 약동하는 젊음을 조국에 바친 해병대의 전통을 담고 있다고 한다. 해병대 장병들은 이 명찰을 달고 다님으로써 자긍심을 갖고 모범적인 군 생활을 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청와대가 대통령과의 면담이나 회의 때 참석자들에게 일괄적으로 명찰을 달게 하는 관행을 없애겠단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초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30대 기업 총수들과 오찬 간담회를 할 때 기업 총수들은 명찰을 달지 않았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무조건 명찰을 달게 하는 관례를 개선하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소수 인원과의 면담 때는 대통령이 사전에 자료를 통해 참석자 얼굴을 파악, 명찰을 달지 않도록 함으로써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통령의 탈 권위주의 사고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화가 됐다지만 지금도 명찰을 달고 대통령 앞에 서면 누구 할 것 없이 몸이 굳어지고 말문이 막힌다. 대통령은 그만큼 마주하기 어려운 존재다. 명찰을 안 다는 것만으로도 대통령과 격의 없는 대화를 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왕 명찰을 안 달기로 했으면 청와대 고위 인사들이 가슴에 달고 다니는 출입증도 뗐으면 좋겠다. 일반 비서관은 몰라도 장관급인 대통령실장이나 차관급인 수석비서관이 대통령을 만날 때 출입증을 달 이유가 없다. 불필요한 관행이다. 대통령이 그들의 얼굴과 직책을 모를 리 없지 않은가.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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