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손수호] 나무에 대한 예의

Է:2011-01-0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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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헤르만 헤세는 나무를 경배하는 사람이었다. 책 ‘나무들’에서 말했다. “나무는 성소(聖所)다. 교의나 규율을 말하지 않고, 개별적인 것을 넘어 삶의 근본 법칙을 들려준다.” 어느 것도 아름답고 튼튼한 나무보다 성스럽고 모범이 되는 것은 없다.

국내 저술가 가운데는 우종영이 특별하다. ‘나무 의사’로 불리는 그는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라는 책에서 너무 가까이 다가가 상처 주지 않는, 그러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바라볼 수 있는 거리를 ‘그리움의 간격’으로 부르면서 나무에서 무궁한 삶의 지혜를 찾는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나무에 관한 책이 많아졌다. 숲 해설사를 비롯한 생태 전문가들의 글쓰기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식물도감 수준을 넘어 인문적 깊이를 갖춘 책도 많다. 그러나 살아 있는 나무를 칭송함은 얼마나 쉬운가. 어린 아기 앞에서 예쁘다는 말처럼 진부하다.

차윤정이 지은 ‘나무의 죽음’은 나무가 사라짐으로써 비로소 숲이 완성된다는 이야기다. 저자가 중국 하얼빈의 숲을 찾았다가 나무의 불그레한 최후 흔적을 보고 눈물을 쏟았다는 사연은 비장하다.

‘우리문화재나무답사기’를 쓴 박상진은 목재조직학자다. 나무를 ‘역사의 비밀을 간직한 하드디스크’로 명명한 그는 죽은 나무 세포를 통해 1000년 전의 사건을 드러낸다. 팔만대장경을 새긴 나무가 일본산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것도 그였다.

경복궁 복원을 맡은 도편수이자 대목장 신응수는 ‘목수’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무가 재목이 되기 위해서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치목한 나무가 트는 것을 막기 위해 한지나 흙을 발라두기도 한다. 나무를 말리는 일을 두고 ‘아이 재우듯 하라’는 옛말이 있다.” 그리고 덧붙인다. “세종 때 도편수는 정5품 벼슬이 주어진 일도 있다고 한다.”

최근 제기되는 목조문화재 논란을 보면 나무를 막대하는 듯한 태도가 보인다. 안동 봉정사 극락전의 경우 보수 7년 만에 목재가 탈락했다고 해서 난리를 피웠으나 알고 보니 갈라진 틈에 끼워놓았던 나무편이 겨우 삐져나온 정도였다.

갈라진 광화문 편액을 논란끝에 새로 만들기로 했다. 글씨는 임태영 것으로 둔다고 한다. ‘중건’이 아니라 ‘복원’이니 그게 맞다. 아쉬운 것은 나무를 잘못 읽은 데 대한 반성이 없다는 것이다. 나무 다루는 사람들은 산 나무의 아름다움과 죽은 나무의 엄중함을 함께 읽을 일이다.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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