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이화련] 네 가지 소망

Է:2011-01-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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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이화련] 네 가지 소망

새해 내 소망은 새 달력에서 싹이 튼다. 달력에 식구들의 생일과 기념일을 표시하다 보면 저절로 우러나는 기도, 그것이 곧 소망이다.

퇴직한 남편이 서툰 농사로나마 활력을 되찾기를 바라는 게 첫 번째 바람이다. 베이시스트인 둘째의 음악 세계가 좀 더 깊어지기를, 그의 짝이 무난히 학업을 마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큰아들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 마침내 취직을 한 그에게 참한 애인이 생기기를 기원한다.

주부로서의 소망도 있다. 올해는 채소며 과일, 식료품이 부디 본래 이름 그대로 불리기를 바란다. 작년에는 상추 배추가 ‘금추’, 김치가 ‘금치’가 됐었다. 금이 좋다 해도 먹을거리에 돌림자로 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설탕가루 밀가루를 ‘금가루’로 부르는 일이 생기지 않기를 소망한다.

또 새해에는 글을 쓰고 싶다. 좋은 글을 쓰겠다는 꿈은 꾸지 않는다. 분수에 맞지 않게 멋진 글을 벼르다가는 습작을 위한 메모도 변변히 못하기 십상이다. 정말 작년에는 잘 써야지, 잘 써야지, 어깨에 힘만 주다 말았다. 수필가라는 이름표를 단 지 20년, 그동안 못 쓴 명수필을 해가 바뀌었다고 기적처럼 써 내겠는가. 그저 손이 식지 않기만을 바란다. 깜냥껏, 촌스러운 대로, 사람과 사물의 아름다움을 그려 보겠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농부로서의 소망이 있다. 그 소망은 풍성한 수확이 아니다. 밭농사 이제 5년, 힘껏 일해도 하늘이 돕지 않으면 안 되는 게 농사라는 걸 겨우 깨우쳤다. 농부다운 면모도 갖추지 못한데다 온힘을 다 쏟아붓지도 못하면서 풍작을 바라면 너무 염치없다.

농부로서의 내 소망은 곳간을 갖는 것이다. 신접살림도 살림이듯이 풋내기 농사도 농사라 갖춰야 할 도구가 있다. 호미 삽 곡괭이 말고도 길고 짧은 지지대, 물통, 소쿠리, 자루, 고추 따위를 말리는 건조대…. 꼭 필요한 것만 갖자 해도 자꾸 늘어난다. 이것들을 모아 둘 데가 있으면 좋겠다. 곳간이 있으면 씨감자와 고구마도 잘 갈무리할 수 있다. 하다못해 헛간이라도 있어야 농기구에 비를 안 맞힌다.

그깟 창고쯤, 싶었지만 막상 가지려니 쉽지 않다. 그러니까 소망이다. 비용도 생각보다 만만찮게 든다 하고, 위치를 정하기도 어렵다.

밭에 세우려니 집에서 멀고, 집 마당에 앉히려니 마당이 좁다. 짓는 김에 제대로 지어야 할지, 그냥 헛간으로 그쳐야 할지, 차라리 컨테이너를 갖다 놓는 게 나을지, 고민을 거듭한다. 예쁜 전원주택 같은 건 하나도 부럽지 않다. 어디서 아담하게 잘 지은 창고를 보면 눈을 떼지 못하겠다.

소망은 다짐의 또 다른 말이다. 바라되 그만큼 마음을 다지는 것, 열심히 계획하고 노력하겠다고 굳게 다짐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소망은 헛된 욕심이 되고 만다. 살기 어려운 세상에 개인의 소망을 네 가지나 갖는 것부터 욕심일지 모른다. 그래도 이 정도는 바라고 싶다. 새해니까, 새해가 밝았으니까.

이화련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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