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광부 33인, 지구촌에 남긴 것… 사랑·용기·생명 ‘보석’을 선물하다
“지난 40년간의 내 인생을 저 아래에 묻었다. 이제 새로운 사람으로 살고 싶다.”
칠레 산호세 광산의 광부 마리오 세불베다(40)는 13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69일간의 사투 끝에 구출된 광부들뿐만 아니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들의 구조를 지켜본 칠레와 전 세계도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을 깨달았다. 사랑과 용기, 희망과 연대감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땅 밑 700m에 매몰된 33명의 건장한 사내들. 불빛이라고는 헬멧에 붙은 손전등이 전부. 가진 음식은 참치 통조림과 비스킷 등 이틀치 비상식량뿐. 구조의 손길은 2주일이 넘도록 닿지 않았다. 혼자라도 살아남기 위해 주먹다짐을 벌이거나 모든 것을 포기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세불베다는 “그곳에선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있었지만, 악마도 함께 있었다”며 “결국 하나님이 우리의 손을 잡아주셨기에, 구출될 것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광부들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부르고 성경책을 읽으며 모두 함께 살아나갈 수 있다는 소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삶을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용기였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구출은 실패할 수밖에 없으니 아예 나서지 말라”는 측근들의 조언을 무시하고 구조작업을 진두지휘했다. 구조현장인 ‘희망캠프’에는 직접 당근케이크와 치즈빵을 든 여성들,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광대옷을 입은 전직 광부들이 나타났다. 급식을 도와온 베르나르다 로르카는 “칠레는 가난한 사람과 부자로 갈라진 나라였지만, 이곳에선 모두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지구촌이 한 마음이었다.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에는 무사생환을 바라는 기도가 이어졌다. 좌우로 나뉘었던 남미의 정치지도자들도 이구동성으로 칠레를 응원했다. 캐나다 미국 아르헨티나는 구조대원을 파견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14일 “환율 전쟁, 영토 분쟁, 테러 음모로 분열된 세계를 칠레의 광부들이 하나로 만들었다”고 전했다.
구조된 광부들이 “비바 칠레”를 외치며 하늘 높이 주먹을 치켜드는 모습은 전 세계를 향해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했다. 생명의 환희는 죽음의 공포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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