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糖과의 전쟁… 토론서 답을 찾다

Է:2010-10-1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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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糖과의 전쟁… 토론서 답을 찾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저동 인제대 의대 백병원 9층 강당. 나이도 옷차림도 제각각인 5명의 남녀가 한자리에 모였다. 얼핏 공통점이라곤 전혀 없을 것처럼 보이는 이들은 모두 당뇨병이라는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5명의 당뇨 환자들은 보드게임 판 같이 보이는 커다란 지도가 펼쳐져 있는 책상 주위에 얼굴을 마주 하고 둘러 앉았다. 지도에는 코스를 따라 당뇨 관리에 필요한 건강한 식사와 운동법에 대한 지침이 그림과 함께 설명돼 있다. 당뇨 환자의 식단표와 식품 교환표, 환자 자신의 기초 대사량과 하루 섭취해야 할 총 열량 계산법도 표시돼 있다.

당뇨 교육 전문 김성은 간호사가 얼굴에 미소를 띄며 “오늘은 하루에 본인이 얼마만큼 운동해야 하는지 알아볼까요. 자, 각자 생각들을 얘기해 보세요”라며 대화를 유도했다. 당뇨 병력 23년의 조용길(84)씨가 머뭇머뭇하다 “내가 오랫동안 해 보니까 운동이란게 무조건 많이 한다고 좋은 건 아니야. 오늘 입맛이 없어서 50만큼 먹었으면 50만큼만 운동해야 하고 더 하면 나빠”라며 먼저 운을 뗐다. 그러자 당뇨 병력 27년의 안요적(69)씨가 “맞아요. 운동을 먹은 거 보다 더 하면 저혈당이 와요”라고 맞짱구를 쳤다.

“그래요. 운동은 적당한 목표를 세우고, 무리하지 않게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럼 운동은 언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김 간호사)

2주전 당뇨병 진단을 받은 초보 환자 오예은(20·여)씨가 “그런데, 밥 먹기 전에 운동하면 안되나요?”라며 평소 궁금해 하던 것을 물었다. 또 안요적씨가 나섰다. “안 돼, 저혈당이 와요. 그러면 밥도 더 많이 먹게 되고, 당 조절이 안된다고.”

지켜보던 조용길씨가 “건강한 사람들이야 밥 먹기 전에 해도 되지. 하지만 우리같은 당뇨 환자들은 밥을 먹으면 혈당이 올라가니까, 건강 유지가 아니라 혈당을 내리기 위해 하는 거라고…”라며 거들었다.

이처럼 환자들간 대화와 토론식으로 진행되는 신개념 당뇨 교육 프로그램이 최근 국내 의료계에 보급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른바 ‘컨버세이션 맵(Conversation Map)’을 활용한 ‘환자 참여형 당뇨 교육’이다. 컨버세이션 맵은 당뇨 관리에 꼭 필요한 건강 정보들(발병 과정과 원인, 식사와 운동법, 인슐린 치료법 등)과 실천 계획 등을 은유적인 그림, 삽화 같은 시각적 자료로 표현한 지도 형태의 교육 도구다.

5∼10명의 소그룹 내에서 활발한 문답식 접근법을 통해 교육 내용을 전달하고 환자들이 스스로 교육 내용을 선택해 답을 동료들로부터 구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기존 한 명의 교육자가 다수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일방 진행하던 강의 형식 교육 방식을 탈피한 것이 특징.

진행은 당뇨병 교육 전문 간호사들이 주로 맡는데, 대화 속도를 조절하고 질문을 통해 토론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지도에는 진행 지점마다 토론을 위한 주제와 키워드가 있어 이를 바탕으로 대화를 이끌어 간다.

2005년 캐나다에서 처음 개발돼 현재 전세계 100여개국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는 지난해 3월 처음 소개됐다. 서울백병원과 아주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10여개 병원이 매주 1∼2차례씩 정기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대한당뇨병학회도 도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당뇨병학회 김성래(가톨릭의대 부천성모병원 교수) 홍보이사는 “당뇨병은 의학적 치료와 함께 환자가 질환을 이해하고 스스로 꾸준히 혈당을 관리할 수 있도록 교육받는 것이 중요한데, 국내에는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당뇨병은 꾸준히 당을 조절하고 관리해야만 나을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400만∼500만명 정도 되는 당뇨 환자 가운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이들이 20∼30%에 불과한 실정이다.

당뇨 교육의 효과는 입증됐다. 실제 환자가 교육을 받은 후 당뇨로 인한 입원 횟수가 10회 정도 줄었거나 환자의 약제비가 62% 감소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해외에서 발표됐다.

김 교수는 “2형 당뇨병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환자들에게는 생활습관 개선이 가장 중요한데, 컨버세이션맵 같은 최신의 표준화된 교육법이 환자 스스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당뇨병의 치료 효과를 높이며 합병증을 예방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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