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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이종혁] 언론-軍 갈등 해소하려면

[시사풍향계-이종혁] 언론-軍 갈등 해소하려면 기사의 사진

“무분별한 의혹이 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경우 ‘국민의 지지’라는 가장 소중한 자산이 훼손될 것으로 우려된다.” 천안함 침몰 직후 국방부 발표 내용이다. 언론 보도에 대해 유감을 나타낸 것이다. 언론은 군이 스스로 불신을 초래했다고 비판한다. 정확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천안함 관측영상은 은폐의혹이 나오자 뒤늦게 공개로 입장을 바꿨다. 또 생존 장병들의 외부접촉을 통제한다는 의혹에 마지못해 기자회견하는 인상을 주었다.

군 당국이 정보 제공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이유 가운데는 ‘군사기밀 보호’가 있다. 천안함 침몰 직후 한 국회의원은 북한 잠수함의 이동과 통신 상황을 자세하게 공표했다. 우리 군과 미군의 첩보 활동으로 수집된 특수정보(Special Intelligence)급 기밀이었다. 우리 군의 암호체계를 파악할 수 있는 교신일지까지 공개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급기야 군은 군사기밀 추가 공개는 불가능하며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알권리와 군사기밀의 충돌

군사기밀 보호는 언론의 자유와 갈등 관계에 있다. 우리 헌법은 언론의 자유를 국민 기본권으로 존중하지만 국가 안전보장과 공공 이익을 위해 일부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군사기밀보호법은 국가 안전보장에 위험을 초래할 기밀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을 때는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와 군사기밀 보호가 각자 관련 법에 의해 보호 받으면서 상호 제한할 수 있도록 된 구조다. 두 시각은 지향점에서도 상충된다. 언론 쪽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중시한다. 군 쪽은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목적으로 하며, ‘국민의 알 필요’에 주안점을 둔다. 전자는 국가의 일에 대해 알고 싶은 만큼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며, 후자는 국가 안전을 위해 국민이 알 필요 없는 경우도 있다는 생각이다.

1971년 미국 뉴욕타임스의 펜타곤 페이퍼 사건은 두 시각이 대립한 사례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베트남 관련 미 정부 최고 기밀 서류를 입수해 기사를 연재했다. 정부는 이 보도가 국가 안보에 치명적이며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고, 법원은 보도 금지 명령을 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연방 대법원에서 국가기밀 보호보다 언론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끌어냈고, 기사 연재를 계속했다.

이 같은 결론을 남북한이 대치하는 우리에게 적용하기는 무리지만 천안함과 관련해 언론과 군 당국 간 갈등은 조정될 필요가 있다. 군사기밀을 어느 정도까지 공개하느냐가 핵심인데, 비교형량의 원칙에 따라 사회적 효용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유지, 군사기밀 보호는 국가 안전이라는 두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선에서 정보 공개 기준을 찾아야 한다. 또 고려할 만한 것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rule of clear and present danger)’이다. 국가기밀과 관련해 언론 자유를 제한할 때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다.

언론의 공표로 중대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고, 언론 공표와 위험 발생 사이에 밀접한 인과관계(명백)가 존재하며, 위험 발생이 곧 나타날 경우(현존) 언론에 제한을 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천안함 관련 특정 군사기밀의 공표가 또 다른 군의 희생을 가져올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건전한 대립관계 논의할만

군사기밀 공개에 대한 논의는 모든 정보를 다시 점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해야 한다. 군사기밀에는 문서에 비밀 표시가 돼 있는 형식적 비밀과 표시와 상관없이 문서 내용이 비밀의 가치를 지니는 실질적 비밀이 있다. 형식적 군사기밀에 연연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비밀의 가치가 있는 정보들을 재취합 재분류할 필요가 있다. 이런 바탕에서 군 당국자, 언론인, 언론학자, 법률가 등이 마주해야 한다. 언론의 자유와 군사기밀 보호가 건전한 대립관계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종혁(경희대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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