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홍의 식물이야기] 양치기 소녀의 성탄 선물
성탄 시즌이다. 성탄을 축하하는 아름다운 꽃으로 ‘크리스마스 로즈’라는 이름의 여러해살이풀이 있다. 원산지인 유럽에서는 성탄 시즌인 이 즈음에 장미꽃처럼 화려한 꽃을 피우는데, 우리나라의 기후에서는 성탄절 지나고 나서 꽃잎을 여는 식물이다.
식물학에서 부르는 이름이 ‘헬레보러스’인 크리스마스 로즈는 매운 겨울 날씨를 잘 견뎌내고 꽃을 피울 만큼 추위에 강한 식물이다. 한여름 무더위만 피해준다면 도시의 아파트에서도 가꿀 수 있어서 더없이 좋은 정원식물이라 할 수 있다.
한겨울에 초록빛의 싱그러운 잎사귀들 사이로 꽃대가 올라와 순백의 꽃을 소담하게 피우는 크리스마스 로즈는 개화 기간이 길어서 더 좋다. 일단 꽃봉오리를 열면 크리스마스 로즈는 엄동설한에 아랑곳없이 한 달 넘게 화려한 꽃을 보여준다. 겨울에 이만큼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이 꽃이 ‘크리스마스 로즈’라 불리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2000년 전, 아기 예수가 탄생한 날의 일이다. 베틀레헴의 마구간 근처에는 가난한 양치기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예수 탄생을 알리는 큰 별을 따라 마구간을 찾았다. 마구간에는 세 명의 동방박사가 값비싼 축하 선물을 들고 찾아와 예수 탄생을 경배했다. 문틈으로 이 광경을 엿보던 소녀도 이 찬란한 순간을 축하하고 싶었다. 그러나 가진 것이 없는 양치기 소녀는 슬픔에 겨워 눈물만 흘려야 했다.
슬픈 소녀의 모습이 때마침 예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온 미카엘 천사의 눈에 띄었다. 천사는 소녀의 발치에 하얀 꽃을 피워 소녀를 위로했다. 소녀는 언 땅을 뚫고 솟아난 꽃으로 정성껏 꽃다발을 엮어 아기 예수의 구유에 선물로 바쳤다. 마구간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소녀의 꽃다발을 ‘아기 예수 탄생에 드리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로 받아들였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이 꽃을 ‘크리스마스 로즈’라 불렀다.
크리스마스 로즈는 차츰 우리나라에서도 크리스천을 중심으로 많은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식물이 됐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겨울 추위가 깊어지는 1월 중순쯤 꽃잎을 열고, 그 상태로 겨울을 난다. 이 꽃 피어난 뒤의 성탄 축하라면 늦은 셈이겠지만, 양치기 소녀처럼 정성이 앞서는 축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천리포수목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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