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알려진 것보다도 훨씬 오래전부터 불을 다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약 5만년 전부터 인류가 불을 사용했다는 것이 통설이었지만 이번 연구는 약 40만년 전부터 불을 써왔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영국 대영박물관과 런던대 고고학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1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연구팀은 영국 동부 서퍽주 구석기 시대 유적지 바넘에서 약 40만년 전 인류가 불을 사용한 흔적을 발견했다. 불에 그을린 지층과 열에 의해 깨진 손도끼, 부싯돌에 부딪히면 불꽃을 일으키는 황철석 조각 등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산불 등 자연 발화 흔적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4년에 걸쳐 지구화학 분석을 진행했고, 그 결과 700도 이상에서 반복적으로 불을 사용한 흔적으로 확인됐다.
이번 발견은 약 40만~50만년 전부터 유럽 대륙 전역에서 나타났던 인류의 진화를 뒷받침한다. 익힌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소화에 사용하는 에너지가 대폭 줄었고, 그 결과 뇌가 빠르게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국 자연사박물관의 인류 진화 전문가 크리스 스트링어는 “바넘 지역에 살았던 인류는 초기 네안데르탈인이었다”며 “그들의 두개골 특징과 DNA는 인지 능력과 기술의 진보가 활발히 진행되던 시기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