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캐츠'명성 넘보는 '황구도'

입력:1999-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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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 대학로에 개떼가 몰려온다.인간보다 더 슬프고 진한 사랑 이야기를 전하러.극단 작은신화가 ‘우리연극만들기’의 첫번째 작품으로 지난 93년 북촌창우극장에서 처음 선보여 화제를 모았던 ‘황구도’(조광화 작,최용훈 연출)가 오는 29일부터 2000년 1월23일까지 동숭홀에서 뮤지컬로 옷을 갈아 입는다.극단측이 최근 마련한 제작발표회는 오랫동안의 기획,드라마에 충실한 대본,맛깔스런 무대장치 등으로 ‘토종 뮤지컬’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6일간의 초연에서 바람을 일으켜 이듬해 3개월간 장기공연에 돌입했던 ‘황구도’는 대사 자체가 호흡과 리듬을 갖고 음악처럼 읊조리도록 돼 있어 원래 뮤지컬용으로 적합한 작품으로 꼽혔다.연출자는 작가의 의도와 분위기를 살려내기 위해 몇개의 독백을 노래로 표현했고 이것이 계기가 돼 본격적인 뮤지컬 만들기가 시작됐다.2년여에 걸친 대본 수정과 음악작업,일찌감치 캐스팅까지 끝내 1개월을 남겨둔 시점에서 벌써 완제품에 가까와졌다.무대를 급조해서 뚝딱 올리는 다른 뮤지컬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최근 ‘철안붓다’‘록햄릿’ 등에서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풀어냈으나 비현실적인 상황 설정으로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긴 작가 조광화는 “개를 의인화했을 뿐 눈물겹도록 순수한 사랑을 그렸다는 점에서 누구나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또 ‘김치국씨 환장하다’ 등 현대인의 부조리한 삶을 독특한 감각으로 연출한 최용훈은 “지금까지의 작품 경향과 달리 서정적인 무대”라고 말했다.세상을 풍자한 노래는 ‘라구요’‘스텔라’ 등의 이형주가 작곡했다.
‘황구도’의 출연진 중에 떠들썩하게 내놓을 만한 배우는 몇 명 없다.똥개라는 미천한 신분으로 귀족견 스피츠를 사랑하지만 주인의 농간으로 이별의 아픔을 맛보는 주인공 아담역은 조승룡이 맡았다.‘드라큘라’에서 보았듯 서글서글한 성격에 노래 잘하는 조승룡은 세상과 부딪치며 순수성을 잃어가는 캐릭터에 잘 어울린다.상대역 캐시는 영화 ‘노랑머리’의 이재은이 맡아 아담의 불신에 상처받는 비극의 운명을 슬프게 보여준다.한때 판소리를 배운 이재은의 뮤지컬 창법도 관심거리다.
이밖에 캐시를 감싸안는 눈썹역의 전수경은 노래라면 자타가 공인하는 뮤지컬 전문배우.탤런트 주용만은 개를 팔아먹는 주인 장정역을 맡아 좌중을 웃긴다.그는 연습때마다 익살 넘치는 재담으로 팀워크를 조절하는 만능 배우.아담을 떠나간 캐시를 사랑하는 거칠이는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자랑한 강성진이 맡았다.1백여명이 몰린 공개 오디션에서 뽑힌 10명의 코러스는 저마다 1인다역을 맡아 노래와 춤으로 서정적이면서도 격정적인 사랑을 뒷받침한다.
뮤지컬 제작발표회로는 보기드물게 조명이 비치는 모형 무대장치를 선보인 하성옥은 거리,겨울바다,보신탕집 등 10가지의 배경을 통해 비극을 실감나게 했다.로봇만화 캐릭터를 닮은 의상도 눈길을 끈다.의인화된 개들이 사랑을 나누고 사람은 오브제로 등장하는 독특한 소재와 형식의 ‘황구도’는 현대 도시인의 엇갈린 사랑을 개와 인간의 대비구조를 통해 그려내는 무대.개들은 사랑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전하기 위해 개막일을 손꼽아 기다린다.브로드웨이의 ‘캐츠’에 못지않은 관객몰이를 꿈꾸며(02-764-3375).
/이광형 ghlee@kukminil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