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신·금융 분야 해킹과 국가정보자원관리원(NIRS) 화재는 대한민국 디지털 인프라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개인정보 유출로 국민 불안이 커졌고, 몇 시간 만에 수백개 정부 시스템이 마비된 상황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관리와 투자의 부재가 만든 결과다. 통신 및 보안 분야 경영자로서 이러한 사건을 분석해 보면 공공 영역의 취약점이 민간기업의 경영 환경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기업에서도 보안 사고는 고객 신뢰의 추락과 재무적 손실, 심지어 생존 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사고가 일어난 뒤 땜질식으로 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복원력 구축이다. 항공 안전 모델처럼 명확한 매뉴얼과 규율을 마련하는 ‘국가 복원력 시스템(National Resilience System·NRS)’ 개념은 국가 차원뿐 아니라 기업 경영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어떤 체계가 작동하고, 얼마나 빠르게 자동화된 대응이 이뤄지는지가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경영자로서 NRS를 기업 내에 도입하면 비즈니스 연속성 계획을 강화하고, 잠재적 리스크를 사전에 식별할 수 있다. 특히 보안 교육은 단순한 형식적 행사가 아니라 조직 DNA로 내재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일상적으로 보안 의식을 유지하면 내부 위협까지 최소화할 수 있다.
정부가 제도적 지원과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은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 스스로 리더십과 기술 투자, 그리고 조직 문화를 통해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보안 체계를 세워나가지 않는다면 국가 전체의 디지털 안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민관 협력이 핵심이며, 기업이 선도적으로 NRS 프레임워크를 채택하면 정부 정책도 더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또한 제도적 기반으로 컨트롤타워 일원화와 법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국가 사이버 안보를 총괄하는 사이버 안보청 같은 단일 컨트롤타워를 설립해 중앙 집중식 지휘 체계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에게 실질적 권한과 독립성을 부여하고, 보안 투자를 법적으로 의무화하며, 데이터센터 권장 등급인 ‘티어3’(Tier3·N+1 이중화)를 준수해야 한다. 이와 함께 재해복구 시스템의 상세 매뉴얼을 구축하고 정기 훈련을 의무화해야 한다.
정부는 공공·민간 대응 체계를 통합하고, 중요 기반시설 사고 즉시 보고를 법제화하며,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을 제정해 컨트롤타워의 비상사태 선포 및 기업 보안 의무를 강제해야 한다.
결국 보안 혁신은 정부의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기반으로 경영자가 얼마나 과감히 투자하고 기술을 적극 도입하며, 보안을 기업문화의 중심 가치로 삼느냐에 달려 있다. 안전한 디지털 미래는 국가와 기업이 함께 만들어감과 동시에 그 실질적 실행력은 기업의 리더십에서 시작된다.
홍원표 전 SK쉴더스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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