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고 감성을 자극하는 옛 가요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재조명되고 있다. 시청률 침체에 빠진 지상파 예능으로선 시청자 공감과 화제를 불러일으키기에 이만한 카드가 없을 터다. 다만 복고 코드는 이미 숱하게 소비된 방식인 만큼 장기적 화제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MBC ‘놀면 뭐하니’는 1980년대 명곡을 가수와 예능인들이 재해석해 경연을 치르는 ‘80s 서울가요제’(서울가요제)를 기획해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23일 첫 방송한 SBS ‘우리들의 발라드’는 발라드로 과거 향수를 자극한다. 평균 나이 18.2세의 참가자들이 옛 발라드 명곡을 새롭게 부르는 방식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두 프로그램은 시청률 면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서울가요제’는 지난 27일 방송에서 수도권 가구 시청률 6.5%(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토요 예능 전체 1위를 차지했다. 가수 변진섭의 축하 무대는 분당 최고 시청률 8.2%까지 치솟았다. ‘우리들의 발라드’는 지난 30일 방송 2부 시청률이 6.4%를 기록하며 2주 연속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넷플릭스 일별 시리즈 순위에서 첫날 5위, 둘째 날 3위에 오르는 등 해외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시청자 평가도 긍정적이다. ‘서울가요제’는 방송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1990~2000년대 곡은 여러 차례 소환됐지만 1980년대는 처음이라 신선하다”거나 “1980년대의 스타일을 유지한 세트, 분장, 스타일링 등에서 제작진의 노력이 느껴진다”는 호평이 올라왔다. ‘우리들의 발라드’에 대해서도 “몰랐던 노래인데 너무 좋아서 원곡을 찾아 들었다” “아버지의 애창곡을 딸이 부르는 모습에서 세대를 잇는 노래의 힘을 느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예능계가 옛 노래를 재소환한 가장 큰 이유는 다수가 공감할 만한 소재여서 자연스럽게 화젯거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정석희 대중문화평론가는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률만큼이나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화제성이 중요하다”며 “옛 노래는 과거 경험과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와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 자체로 프로그램의 중요한 볼거리이자 대화거리가 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강렬하고 화려한 사운드의 K팝이 대세를 이루는 데 대한 반작용으로 옛 노래가 새롭게 주목받는다는 해석도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노래는 현란하고 기계적인 느낌이 강한 데 반해 옛 노래는 소박하고 서정적인 곡이 많다”며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최근의 흐름과 맞물려 옛 노래가 오히려 더 신선하게 다가와 꾸준히 소환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복고 음악의 인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문화 시장에서 레트로가 주류로 자리잡은 지 오래”라며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발견이 되고, 중장년층에게는 반가운 추억으로 다가가 세대를 아우르는 강점이 있다”고 짚었다.
반복된 소재인 만큼 복고와 음악 예능이 갖는 신선함이 금세 사라질 수 있다는 일부 우려도 있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놀면 뭐하니’는 이미 다양한 음악 기획을 선보여 이번 시도가 그리 새로워 보이진 않는다”며 “복고 역시 반복적으로 소환돼 ‘응답하라’ 시리즈만큼의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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