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또 물으며 본질을 찾아가는 교회

‘어떻게 하면 주님이 원하시는 목회를 할 수 있을까.’ ‘어떤 목사가 바른 목사일까.’ 올해로 목회 15년차인 김정민(46) 화평교회 목사는 세월을 통해 얻은 건 답이 아닌 깊은 물음이라고 했다. 하나님 앞에 무릎으로 나아가게 하는 물음 앞에 서서 늘 ‘목사다움’을 생각하는 그의 비결이다. 아버지를 잃고 방황하던 사춘기 시절, 목회자 소명을 받아 지금에 이르기까지 ‘주님께 묻는 기도의 여정’을 걷고 있다는 그를 최근 경기도 고양시 교회 목양실에서 만났다.


김 목사는 2019년 12월 화평교회 제2대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32년간 교회를 이끌며 8개 교회를 분립시킨 설립자 최상태 목사가 9번째 교회를 분립개척해 나가며 인도네시아에 파송 선교사로 있던 그를 후임으로 추천했다. 신대원 시절부터 화평교회에서 사역하며 성도들의 신뢰를 받아온 그는 공동의회를 거쳐 담임목사로 청빙됐다. 순탄한 것 같은 시작은 곧 코로나를 만났다.

김 목사는 “2020년 담임목회를 시작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텅 빈 본당에서 설교해야 했다. 그때 하나님께 ‘주님 왜 저를 선교지에서 한국으로 부르셨습니까’라고 거듭 물었다. 동시에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사용해 주세요’라며 하나님의 주권과 은혜만을 간절히 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 간절함은 총신대 신학과 1학년 시절, 눈물로 하나님께 매달렸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김 목사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소천하신 뒤 나는 아버지 부재와 가난을 이유로 소심하고 나약한 아이가 돼 방황하는 사춘기를 보냈다”면서 “그러나 그때 주님이 부족한 나를 만나 주셨다”고 했다. 그가 목회자로 부르심을 받은 건 그 시절이다.

“중학교 2학년 여름 수련회에서 주님이 ‘내가 너의 아버지가 되어 주겠다’는 음성을 들려주셨어요. 저는 믿음으로 반응하며, 한 번뿐인 내 인생을 아버지가 돼 주신 주님께 드리기로 결단했습니다.”

막상 총신대 신학과에 입학하자 “전국의 믿음 좋은 사람들이 다 모인 것 같아 두렵고 떨려서 숨고 싶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대신 하나님은 그에게 밤마다 강당과 기도굴에서 눈물로 매달리게 했다. 김 목사는 “그 기도를 통해 강한 믿음과 담대함을 주셨다”고 했다.

총신대와 신학대학원을 거쳐 목사가 되기까지, 가난한 신학생은 학사 장교로 복무하고 숱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덕분에 세상을 이해할 수 있었다. 2009년부터 화평교회 부교역자로 섬긴 7년은 본격적으로 목회자의 자질을 몸으로 익힌 시간이었다. 김 목사는 “그때 최상태 목사님으로부터 가정교회와 제자훈련을 기반으로 한 선교적 교회의 비전 그리고 예수님을 닮은 목회자의 자질과 성품을 배웠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예배가 회복되자 김 목사는 예배, 소그룹, 다음세대까지 공동체 전반을 재점검하고 시대에 맞는 미래 비전을 모색하는 ‘비전위원회’를 세웠다. 그는 “담임목사가 일방적으로 비전을 선포하기보다 전 세대가 함께 교회의 방향을 고민하며 의견을 모았다. 이를 바탕으로 위원회와 소통하며 5대 비전을 정립했다”고 말했다.

교회는 ‘예배 회복’ ‘소그룹 성장’ ‘다음세대 투자’ ‘세계 선교’ ‘이웃사랑 실천’ 등 5대 비전을 세워 매년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 올해는 그중 ‘다음세대’에 목표를 뒀다. 지역사회에 다음세대가 점점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교회만큼은 이 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어른들의 간절한 뜻이 모였다.

김 목사는 “다음세대 공간을 가장 먼저 리모델링했다. 빈 공간을 활용해 ‘꿈마을 작은도서관’도 세웠다”며 “역사기행, 플루트, 뜨개질 등 다양한 강좌로 지역민의 사랑방이 된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다”고 말했다.


지난 8월 김 목사는 다음세대 27명을 이끌고 인도네시아 바탐 지역에서 선교 활동도 했다. 아이들이 세계를 품는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 기성세대도 선교 헌금으로 동참했다. 그는 “선교를 통해 하나님의 시선을 배우고 열방을 향한 비전을 품길 바랐다”며 “아이들의 시야와 마음이 넓어지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화평교회의 ‘제자훈련’과 ‘가정교회 소그룹 사역’은 한국교회 안에서 건강한 사역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가정교회는 제자훈련을 받은 평신도(가장·총무)가 지도자가 돼 구성원(가원)을 돌보며 선교적 공동체를 세워가는 구조다.

김 목사의 가정교회 목회 철학은 ‘한 사람’에 있다. 그는 “평신도 한 사람을 지도자로 세우는 제자훈련과 소그룹 가정교회를 통해 선교적 공동체를 세워 왔으며 이를 통해 열방과 지역사회가 하나님 나라로 세워져 가는 은혜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90여개의 가정교회는 지역의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세계 선교를 품는 사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가정교회를 저변으로 교회는 6곳의 파송 선교지와 43곳 협력 선교지, 국내 미자립교회 11곳, 30여 협력 기관을 지원하며 하나님께서 맡기신 비전을 실현해 가고 있다.

김 목사는 “어렵고 지친 순간에도 하나님은 로뎀나무 아래 엘리야에게 떡과 물을 주셨듯 내 영적 필요를 채워 주셨다”고 고백했다. 이어 “결국 목회는 답을 찾는 일이 아니라 끊임없이 주님께 묻는 기도의 여정인 것 같다”며 “시대가 어두워질수록 하나님 앞에 묻고 또 물으며 무릎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고양=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