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트럭 노점상 A씨는 경기도 한 지역에서 과일을 판매하며 알게 된 12세 여아 B양에게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한 달 뒤 A씨는 ‘오늘 그곳에 장사하러 간다. 과일을 줄테니 시간 되면 보자’고 메시지를 보냈다. B양을 만난 A씨는 “밤에 데이트를 해주면 5만원을 주겠다”고 말했지만 B양이 거절하며 미수에 그쳤다. 재판부는 “미성년자 대상 범행으로 죄질이 불량하다”면서도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근 3년간 1심이 선고된 미성년자 유인미수 사건 피해자 중 70% 이상이 13세 미만 아동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범행이 미수에 그쳤다는 점에서 피고인들은 대부분 집행유예 처벌을 받았다. 아동 대상 범죄인 경우 재범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엄격하게 판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일보가 15일 대법원 사법정보공개포털에서 2023~2025년 3년간 1심이 선고된 ‘미성년자 유인미수’가 주요 죄명인 사건 26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경우는 19건(73%)이나 됐다. 제일 어린 피해자는 7세 여아였다. 징역형의 실형이 선고된 경우도 6건(23%)에 불과했다. 이 중 4건이 전과가 있는 경우로 초범인 경우 대부분 집행유예를 받았다.

최근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초등학생 유인미수 사건처럼 차량을 이용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하는 사례도 있었다. 2022년 승용차를 타고 충북 청주시의 한 초등학교 주변을 돌며 7세 여아를 따라가 “삼촌 알지. 차에 타라”고 말했다가 미수에 그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 역시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졌다.
SNS 등 온라인에서 미성년자를 유인했다가 미수에 그친 사례도 있었다. 가해자가 “프로필 사진이 예쁘다”며 먼저 메시지를 보내거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뒤 “집에 가기 싫으면 방을 잡아주겠다”고 제안하는 식이었다.
미성년자 유인이 미수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발생해도 동종 전과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경우도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앱에서 알게 된 12세 여아에게 “하루 재워주겠다”면서 자신의 주거지 인근까지 유인한 사건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14세 여학생에게 “같이 역 근처로 가서 콜을 잡으면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꾀어 모텔로 유인한 대리기사도 있었다.
미성년자 약취·유인 사건은 늘고 있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193건이던 관련 사건은 지난해 236건을 기록했다. 올해 1~8월에만 173건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미성년자 유인 사건에 대한 양형은 재범 위험성을 고려해 보다 세밀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 오선희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미수의 경우 법률상 감경 사유인 데다 가해자가 초범이면 실형이 나올 가능성은 극히 작은 게 현실”이라며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는 양형 평가가 훨씬 엄중하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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