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글로벌 인프라 프로젝트 ‘일대일로’와 관련된 중국 기업의 해외 신규 투자 및 건설 계약 규모가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중국의 해외 투자 확대는 미국이 전 세계 교역국에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장벽을 쌓는 상황과 극명히 대조된다.
파이낸셜타임스가 17일(현지시간) 보도한 호주 그리피스대와 베이징 녹색금융개발센터 공동 연구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일대일로 참여국과 체결한 건설 및 투자 계약은 올해 상반기에만 총 1240억 달러(172조원), 176건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수치가 지난해 전체 투자액(1220억 달러)을 이미 넘어섰다.
보고서 저자 크리스토프 네도필 왕 그리피스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일대일로 활동이 꾸준히 증가했지만 올해 급증은 놀라운 수준”이라며 “특히 100 억 달러가 넘는 메가딜이 여러 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아프리카(390억 달러)와 중앙아시아(250억 달러)가 큰 수혜를 봤다. 석유, 가스 관련 계약이 440 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속 및 광산 분야에 250억 달러, 풍력·태양광 등에 100억 달러 가까운 금액이 투자됐다. 카자흐스탄이 230억 달러로 개별국 중 가장 많은 투자를 받았다.
내수 둔화와 미국발 무역전쟁으로 공급망 및 시장 다변화가 필요해진 중국 기업들이 개발도상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처음 제안한 일대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잇는 육·해상 실크로드를 뜻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8~2023년 중국의 해외 순자산은 50% 이상 급증했지만 미국은 21% 증가에 그쳤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대한 수입 관세를 철폐하는 등 경제협력체 구축에 힘쓰고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프리카 등의 작은 나라들에 10%를 조금 넘는 상호관세를 일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대외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및 무역 합의를 위해 대중국 강경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내부 협의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백악관 내부에서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가장 온건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8월 12일 종료되는 중국과의 관세 휴전을 3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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