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에서] ‘육아빠’가 기쁨을 바라보려면

Է:2025-07-03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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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영 미션탐사부 차장


출퇴근 시간이 불분명하고 출장도 잦은 직업에 종사하는 아빠들이 있다. 일정이 예고 없이 바뀌고, 주말에도 전화기를 내려놓을 수 없는 일터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육아는 그저 미안함의 연속이다.

안타깝게도 ‘기자’라는 직군도 그중 하나다. 아이가 유치원생이던 시절 밤늦게 집에 들어서는데, 잠결에 눈을 비비던 아들이 말했다. “아빠. 어젯밤에는 아빠랑 놀이공원에서 제일 무서운 놀이기구를 같이 탔어요. 푸바오도 보고요.”

문득 일주일 전 같은 반 친구가 아빠랑 놀이공원에 다녀온 이야기를 ‘심층 보도’하듯 전하던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가슴 저릿했던 아이의 꿈 이야기는 그로부터 1년여 뒤 ‘육아빠’로서 육아몰입기간(육아휴직)을 결심하게 한 중요한 요소가 됐다.

최근 국가공무원 남성의 육아몰입기간 사용률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2015년 15.9%에 불과했던 것에서 절반의 남성 공무원이 육아 지원 제도를 사용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정부의 수당 인상과 승진 경력 인정 등 정책적 기반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그렇다고 모든 직장에서 변화가 뿌리내린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직장에서 남성의 육아몰입기간 사용은 당연함보다는 망설임의 영역이다. “남자가 육아 때문에 자리를 비워도 되느냐”는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고, 승진과 복직에 대한 걱정도 여전하다. 일터를 떠나 있는 동안 쪼그라든 수입으로 감당해야 할 생계를 떠올리면 한숨부터 나오는 게 현실이다.

영국에선 지난달 런던 중심인 트래펄가 광장에서 유아차를 끌고 나온 아빠들의 ‘육아 파업(Dad strike)’ 집회가 열렸다. 그들이 들고나온 슬로건은 단순했다. “2주는 너무 짧다.”

법정 육아몰입기간이 고작 2주에 불과하고, 공유 육아몰입기간의 실사용률은 고작 1.7%다. 이유는 역시 돈이다. 휴직 보조금은 1주일에 약 170파운드(약 30만원). 해당 기간 육아 지원을 위한 정부 보조금이 최저임금(주당 480파운드)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니 결국 대부분의 육아는 여전히 여성에게 떠넘겨진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영국 또한 남성의 평균 임금이 여성보다 높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결국 건강한 육아와 가족 문화를 만들어 갈 권리는 ‘현실적 선택’ 앞에서 밀려난다.

제도는 나아지고 있고, 인식도 천천히 달라지고 있다. 중요한 건 이 흐름을 멈추지 않고, 일상의 실천으로 이어가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잠시나마 일을 내려놓고 육아를 택한 아빠의 선택이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고 그 선택이 손해가 아니라 기쁨과 행복을 위한 결정임을 경험하게 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지점도 있다. 육아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가 더 촘촘해져야 한다. 예컨대 ‘육아 친화적 이동’에 대한 고민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서울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약 72%에 머물고 있고, 지하철역 수유실 보급률은 전체의 30%를 겨우 넘는다. 유아차를 끌고 외출하는 일이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어선 안 된다. 교통정책 수립 단계에서부터 양육의 관점이 반영돼야 한다. 유아차 전용 공간이 있는 버스(독일), 유아차 두 대가 들어갈 공간을 만든 버스(미국)는 상상으로만 그릴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육아는 집 안에만 있지 않다. 골목과 대중교통, 각종 건물과 외부 계단, 그 모든 공간이 부모와 아이의 일상이다.

육아는 한 사람의 몫이 아니다. 아빠도 엄마도, 사회도 함께 짊어져야 할 책임이며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기쁨이다. 그 책임을 나누는 사회일수록 아이들은 더 건강하게 자란다. 아이의 작은 말 한마디가 부담이 아닌 응원이 되는 세상. 그것이 우리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최기영 미션탐사부 차장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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