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된 성품과 균형의 은혜. 팀 켈러(1950~2023) 목사가 생전 강조한 덕목이다. 한국교회를 이끌어 갈 차세대 목회자들이 그가 평생 삶으로 보여준 목회와 신학을 되돌아보고 오늘날 한국교회에 적용할 점을 논의했다.
복음과도시(이사장 이인호 목사)는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온누리청소년센터에서 팀 켈러 2주기 기념 포럼을 개최했다. ‘팀 켈러가 사랑한 한국교회, 한국교회가 사랑한 팀 켈러’를 주제로 열린 행사는 목회자와 신학생을 대상으로 켈러 목사의 신학과 삶을 회고했다.
21세기 미국의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켈러 목사는 2023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그리스도 중심 설교와 복음 중심 목회, 그리고 도시와 문화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으로 한국교회에 영향을 미쳤다.
고상섭 그사랑교회 목사는 켈러 목사가 현대 교회에 제공한 영적인 내용을 그리스도 중심의 설교에 비춰 조명했다. 고 목사는 복음과 율법주의, 반율법주의의 관계에 대해 “칭의라는 은혜의 복음이 성화와 연결되지 않으면 신앙의 동력이 약해지고 결국 두 가지 극단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즉 구원을 받았으니 스스로 노력해서 거룩해져야 한다는 율법주의, 혹은 구원받았으니 거룩한 삶을 살 필요가 없다는 반율법주의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스코틀랜드 출신 신학자 싱클레어 퍼거슨의 말을 인용해 “율법주의와 반율법주의는 서로 반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이란성 쌍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대 교회가 칭의와 성화를 분리할 때, 신앙의 본질이 흐려지고 율법주의자와 반율법주의자를 양산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정규 시광교회 목사는 켈러 목사가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복음 전도를 위한 길을 성품에서 찾았다고 했다. 그는 “켈러 목사는 변화된 성품이야말로 기독교의 독특성과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방법이라고 봤다”며 “그는 자신의 한계와 약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은사가 부족한 영역을 경건과 성품으로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건한 성품이야말로 장기 사역의 관건인데 은사가 결핍된 영역을 품성 안의 강력한 은혜의 작용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용주 나주혁신장로교회 목사는 11년간의 목회 여정 속에서 켈러 목사는 균형의 은혜를 일깨워준 멘토였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목회자를 번역가와 에디터로 정의했다. 그는 “목회자 사명은 전통 신학과 복음을 오늘의 언어와 정황에 맞게 번역하고 공동체에 맞춰 편집하는 것”이라며 “켈러 목사는 복음의 본질을 잃지 않으면서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데 탁월했다”고 평가했다.
박 목사는 설교 상담 리더십 교회운영 등 목회의 모든 영역에서 복음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복음은 단지 교리나 이론이 아닌 실제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라며 “복음 없는 진단은 정죄이고 진단 없는 복음은 공허한 위로”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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