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는 8일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향해 “단일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국가와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 민생을 걱정하는 분께 큰 실례와 결례 또는 정말 못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1일까지 단일화 절차를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는 뜻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김 후보를 겨눈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 후보는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가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그동안 김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가 되면 즉각 한 후보와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약속한 것처럼 그 약속을 지키라고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가) ‘왜 한덕수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정말 기본적인 예의도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한 후보는 그간 “조속한 단일화가 국민의 뜻”이라며 명분 쌓기에 집중해 왔다. 전날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선 본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구(舊) 여권 관계자는 “한 후보의 평소 스타일을 감안할 때 김 후보를 직접 비판한 것은 이제는 ‘진흙탕 싸움’도 감수하겠다는 것”이라고 평했다.
한 후보 측은 김 후보와의 전날 회동 이후 태세 전환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가 한 후보를 두고 “전혀 후보 등록할 생각도 없는 분을 누가 끌어냈느냐”고 한 발언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한다. 김 후보 측에서 ‘한 후보가 아무 준비 없이 협상장에 나왔다’ 등의 회동 관련 말이 흘러나오자 한 후보 측도 공세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는 것이다.
한 후보 캠프의 대응 수위도 높아졌다. 한 후보 측 이정현 대변인은 이날 김 후보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국민의힘이 한 후보 일정을 짜준다”는 등의 발언을 하자 ‘신속 서면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과 전혀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과 다른 말에 대단히 유감”이라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이 대변인은 또 “김 후보가 ‘단일화하겠다’는 발언을 한 횟수가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6일까지 최소 22회(평균 1일 1회)로 집계됐다”며 “한 후보는 김 후보가 약속을 지키는 분이라고 믿고 있다”고 압박했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단일화의 목표는 결국 대선을 승리하고 정치적 혼란을 수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라며 “반드시 단일화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절박감이 크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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