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두 번째 원전 수출로 주목을 모은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사업 본계약이 계약 체결 하루 전 암초를 만났다. 체코 법원이 수주 경쟁에서 탈락한 프랑스전력공사(EDF)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계약 절차 중단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향후 현지 법원 판단에 따라 본계약 체결 여부 및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은 6일(현지시간) 한국수력원자력과 체코전력공사(CEZ) 산하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가 EDF의 행정소송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최종 계약 서명을 중지할 것을 결정했다. 이는 지난 2일 EDF가 체코 경쟁 당국인 반독점사무소(UOHS)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면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결정이다. 현지 법원은 “계약이 체결되면 법원이 프랑스 측의 손을 들어주더라도 프랑스 입찰자(EDF)는 공공계약을 수주할 기회를 돌이킬 수 없이 상실하게 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가처분 인용이) 원고(EDF)가 본안 소송에서 승소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도 덧붙였다.
두코바니 원전 단지에 1200㎿(메가와트)급 원전 2기(5·6호)를 새로 짓는 해당 사업은 총 사업비만 약 4000억 코루나(약 26조원)에 달한다. 한국 입장에서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의 ‘2호 원전 수출’ 성과다.
지난해 7월 가격 경쟁력과 공사 시간 준수 능력 등을 앞세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수원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주전에서 밀려난 경쟁사들과의 법적·행정적 분쟁에 시달렸다. EDF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는 입찰 과정의 공정성·투명성 등을 문제 삼아 같은 해 8월 UOHS에 이의를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의 한국형 원전이 자사의 원천 기술에 기초했다고 자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만 양국 정부는 이 같은 다툼이 본계약 체결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실제 UOHS는 지난해 10월 이들의 진정을 기각했다. 이어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전력공사·한수원과 별도의 지식재산권 협약을 체결하면서 항소를 취하했고, 지난달 24일에는 UOHS가 EDF의 항소까지 기각하면서 계약을 가로막던 장애물이 모두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EDF는 이달 초 항소를 기각한 UOHS를 상대로 체코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강수’를 뒀다. 체코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7일로 예정된 계약식 참석을 위해 체코를 찾은 한국 정부·국회 및 원전 산업 대표단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표단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등 경제 부처 장차관급 인사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번 가처분 결정 효력은 EDF의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지속된다. 계약 체결도 당분간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현재 계약이 불투명한 상황이며, 발주사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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