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재무건전성이 악화일로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좀비 기업’이 급증하는 추세다. 주요 기업들은 비핵심 자산과 사업을 매각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팔을 걷어붙였다.
6일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2021~2024년 3년간 이자보상배율이 가장 악화한 업종은 석유화학이다. 37개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 12.34에서 지난해 0.64로 급락했다. 전체 18개 업종 중 최저치다.
롯데케미칼·효성화학·이수화학·대한유화·태광산업·여천NCC 등 6개 기업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다. 일반적으로 이자보상배율이 3년간 1을 넘지 않으면 잠재적 부실기업을 뜻하는 좀비기업으로 불린다.
석화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해 장기 불황에 빠지면서 현금 창출력이 크게 악화한 상태다. 최근 3년간 석화 기업의 영업이익은 27조7308억원에서 4조7920억원으로 82.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자 비용은 2조2468억원에서 7조5215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석화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핵심 자산과 사업 매각에 나섰다. LG화학은 바닷물을 산업용수로 정화하는 역삼투막(RO 멤브레인) 필터를 만드는 워터솔루션 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최근 사모펀드(PEF)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 금액은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LG화학은 지난 2014년 미국 나노H2O를 인수한 뒤 청주공장에 양산 설비를 구축하며 RO 멤브레인 시장에 진출했다. 시장 점유율은 21%로 일본 도레이에 이어 세계 2위까지 올랐다. 2023년엔 청주공장을 증설하며 향후 5년 내 사업을 배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본업 부진이 장기화되자 매각에 나섰다.
효성화학은 지난달 28일 베트남 자회사 효성비나케미칼의 지분 49%를 자산으로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체결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조달한 자금 3154억원은 채무 상환에 쓰인다. PRS는 계약 만기 시 주가가 기준가보다 낮거나 높으면 서로 차익을 물어주는 파생상품이다.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PRS는 사실상 금융사에 빚을 낸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회계상 부채로 잡히지 않는다. 부채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효성화학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680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이에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PRS를 대안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효성화학은 지난해 말 특수가스사업부를 계열사 효성티앤씨에 9200억원을 받고 넘긴 뒤 이 돈도 차입금 상환에 썼다.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 2월 파키스탄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자회사 LCPL을 매각하는 등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석화업체들의 근원적인 경쟁력 회복 없이는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일시적일 것이란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동성 관리 필요성이 커지면서 사업 매각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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