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좌우를 넘나드는 행보를 두고 1997년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전략 ‘뉴DJ플랜’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평가가 정치권에서 나온다. 야권 통합, 유능한 경제 대통령 강조, 비호감도 개선 등을 목표로 했던 뉴DJ플랜 전략이 조기 대선에 대비하는 이 대표의 행로와 겹친다는 것이다. 민주당 안팎에선 이 대표의 “민주당은 중도보수” 발언 등이 DJ에게 승리를 안겨준 ‘DJP 연합’을 표방하려는 의중이 담겼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DJ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23일 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도 DJP 연합이라는 우클릭을 통해 집권했다”며 “뉴DJ플랜을 닮은 ‘뉴JM플랜’ 역시 DJ의 길”이라고 평가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정성호 의원도 최근 공개적으로 DJP 연합을 언급하며 ‘중도보수연대’ 필요성을 거론했다.
DJ는 1997년 대선 때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와의 단일화를 이뤄내고, 나아가 박태준 포항제철 명예회장과도 손을 잡았다. 보수 세력과의 연합에 ‘야합’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지만 결국 연대와 통합을 통해 정권교체를 해냈다.
이 대표 역시 최근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과 연이어 접촉하며 내부 결합을 꾀하는 동시에 야5당 원탁회의를 구성하는 등 범야권 통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대표는 “개혁신당도 함께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이준석 의원을 향해서도 러브콜을 보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을 고리로 하는 ‘야권 빅텐트’ 구상이다.
이 대표는 이날도 “민주당은 본시 중도정당”이라며 “국민의힘이 극우 본색을 드러내며 형식적 보수 역할조차 포기한 현 상황에선 민주당의 중도보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강조했다.
이 대표가 상속세 공제 현실화, 근로소득세 개편, 국내 생산 기업 세액공제 확대 등 감세 이슈를 꺼내 들고 분배보다 성장에 무게를 둔 정책을 강조한 것도 DJ와 마찬가지로 ‘경제 대통령’ 이미지 부각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복지국가에 앞서 IMF 위환위기 극복을 최우선 순위로 조정한 DJ처럼 (이 대표는) 성장 회복을 내란극복 최우선 정책과제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중도적 국민정당인 민주당의 중도보수 지향을 강조해 극우화한 국민의힘 대신 더 폭넓은 국민 요구를 책임 있게 수용할 길을 열었다”며 “내란 극복에 동의하는 진보, 중도, 보수 세력과의 연대에 의한 국민통합 정치의 기초를 닦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DJ가 이른바 ‘빨갱이 프레임’으로 공격받았듯 이 대표는 여러 비호감 꼬리표를 떼어내는 일이 과제로 꼽힌다. 민주당은 DJ가 당시 TV 예능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대중적으로 친숙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주력했던 것처럼 이 대표의 차가운 이미지를 누그러뜨리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 고위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뉴DJ플랜’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당시의 다양한 경험이 현재 당에 자연스럽게 녹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지금은 보수 세력이 헌법재판소마저 부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선거 전략적 측면에서 이미지 개선을 위한 우클릭이 아니라 실제로 중도보수층을 대변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이 필요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판 박장군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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