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난데없이 “짱구”가 잇달아 언급됐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를 상대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여야는 짱구 발언을 두고 거친 설전까지 벌였다.
박 의원은 상대를 띄워주는 듯하다가 궁지에 몰아붙이는 특유의 ‘롤러코스터’식 질의를 펼쳤다. 그는 먼저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최 권한대행과의 청와대 근무 인연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학교 다닐 때 그렇게 공부를 잘했다고 한다. 오산고 천재 소리를 듣고 22세에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나라를 위해 봉사해 왔다”며 “최 권한대행 학창 시절 별명이 ‘짱구’ 아니었느냐”고 물었다.
박 의원은 이후 “그런 천재 짱구가 대한민국을 위해 짱구 노릇을 해야지, 내란수괴 윤석열을 위해 짱구 노릇을 해서야 되겠나”라고 호통을 쳤다. 이어 “합법적 절차를 거친 마 후보만 임명하지 않으니까 큰 혼란이 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권한대행은 “전임 권한대행이 밝힌 원칙(여야 합의 필요)의 범위 안에서 최대한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마 후보자 임명과 관련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에서 결정이 이뤄지면 임명하겠느냐’는 박 의원 질의에 “헌재 결정은 존중하지만, 결정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예단해서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박 의원의 질의 내용에 여당 측에서 거센 항의가 터져나왔다. “치매”라는 발언까지 들렸다. 이에 야당 의원들도 격하게 반발하면서 질의가 중단되기도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발언이 너무 과하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여야 모두에 자제를 요청했다.
최 권한대행은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지난번 여야 대표가 국회에서 연설한 걸 들으니 추경 논의의 필요성을 모두 인정하는 것 같다. 예정된 국정협의회에서 추경의 기본 원칙을 논의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추경의 구체적인 규모나 내용과 관련해서는 “기본 원칙은 합의되지 않았다. 곧 있을 국정협의회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악화된 경제 상황을 놓고도 여야 간 ‘네 탓 공방’이 벌어졌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올해 예산을) 4조원 깎아놓고 5일 만에 추경 이야기를 꺼냈다”며 “완전 야바위 정치”라고 날을 세웠다. 구 의원은 또 “‘내돈내수’라는 말을 들어봤느냐. 내가 돈 내고 내가 수사한다는 신조어”라며 민주당의 검찰·경찰 특활비 전액 삭감을 비판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최 권한대행에게 “12·3 비상계엄 이후 우리나라 경제 상황이 커다란 충격을 받은 게 맞느냐”고 질문했다. 최 권한대행이 “충격을 받았다”고 하자 김 의원은 다시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변론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는데 맞느냐 틀리느냐”고 답변을 압박했다. 최 권한대행은 “답변하기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구자창 이강민 기자 critic@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