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용선 단가가 급락하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과잉 발주 여파다. 슈퍼사이클을 맞아 호황을 누리던 국내 조선사의 LNG선 발주 실적도 당분간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30일 노르웨이 선박 중개업체 펀리스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LNG선(삼중연료 추진방식, TFDE)의 1년 정기용선료는 1일당 2만 달러(약 2990만원)로 전년 대비 60%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주 전인 16일과 비교해도 약 17% 내린 수치다.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영국 화물정보 제공업체 발틱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효율이 가장 떨어지는 증기터빈 추진 LNG선의 일 용선료도 지난해 11월 기준 1만1250달러로 전월 대비 55%, 전년 동기 대비 90% 하락했다. 최신 모델인 ME-GI 추진 LNG선도 일 용선료가 전월 대비 43%, 전년 동기 대비 85% 내렸다.
용선료가 내렸다는 것은 배를 임대하는 해운사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최근 운임 수준이 손익분기점 아래로 내려왔다고 보고 있다. 이는 LNG 물동량 감소 영향이다. 연 6~8%가량 증가해왔던 LNG 물동량은 지난해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LNG가 신재생에너지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다. 유럽의 가스 재고량이 많아지며 저장용 LNG선 수요도 줄었다. 여기에 신규 LNG 수출 터미널 사업을 염두에 두고 투기 발주됐던 선박들이 시장에 투입되며 공급 과잉 현상을 부추겼다.
이 때문에 당분간 신규 LNG선 발주가 감소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건조 중인 LNG 선박은 324척이다. 이들 선박은 향후 3년 내 선박 운항 시장에 투입된다. 반면 같은 기간 연료 효율이 낮아 퇴출될 가능성이 큰 증기터빈 선박은 202척이다. 신은비 기후솔루션 에너지공급망 담당 연구원은 “증기터빈 추진 방식의 노후 LNG 선박은 시장에서 조기 퇴출될 가능성이 크지만 약 200척에 불과하다”며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계약 없이 투기 발주된 선박으로 인해 과잉 공급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주력인 LNG선 발주가 감소하면 국내 조선사의 근본적인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수석연구원은 “향후 5~6년간 LNG선의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국내 조선사들은 발주 감소에 대비한 수주 선종 다각화 등 대응책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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