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13일만인 27일 막을 내렸다. 한 권한대행은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소추로 빚어진 정국 혼란 수습에 나섰지만, 탄핵 정국의 거센 바람에 속수무책으로 휘청이다 국정 운영의 ‘키’를 내려놓게 됐다. ‘여야 합의 우선’을 내세우며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무기 보류한 것이 결정적인 빌미가 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 의결정족수를 ‘151석’으로 정리하면서 이제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 뜻에 따라 ‘권한대행 연쇄 탄핵’의 길이 열리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권한대행은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왜 거부권은 행사하면서 헌법재판관 임명은 거부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만 저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우리 헌정사에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이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여야가 합의를 못할 테니 그냥 임명하라는 말씀은 헌정사의 전례를 깨뜨리라는 것이자 우리 정치문화에서 더이상 토론과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만들라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비록 대국민 담화 발표 하루 만에 직무가 정지되는 상황을 맞았지만, “여야 합의 없이는 헌법재판관 임명도 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굽힐 생각이 없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주요국 외교 재개를 위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소통했고, 경제 회복을 위해 각 부처에 연일 민생 안정을 위한 대책을 요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는 등 얼어붙은 여야 관계를 풀어보려는 노력도 있었다.
그러나 양곡관리법 등 6개 쟁점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와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 등을 놓고 권한대행 직무 수행 내내 여야 양쪽으로부터 거센 공세와 압박을 받아야 했다. 그는 6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여야 합의 없음’을 이유로 헌법재판관 3명 임명은 사실상 거부했다. 이에 격분한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을 ‘내란 공범’으로 규정하고 바로 직무 수행을 멈추게 하는 길을 택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의 신속하고 안정적 전개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탄핵소추 의결서를 송부받은 오후 5시19분부로 직무가 정지됐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 직무를 넘겨받았지만, 민주당은 당장 최 부총리를 상대로도 ‘쌍특검’(내란·김건희 특검) 공포, 헌법재판관 임명 압박에 나섰다.
이번 탄핵안 의결정족수로 적용된 ‘재적인원 과반(151석)’은 향후 권한대행 탄핵안 표결이 있을 경우에도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0석 민주당 손에 권한대행 선택권이 쥐어지게 된 셈이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이미 전날 “국민이 원하는대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공직자가 있으리라는 믿음을 걸고 따박따박 탄핵하겠다”고 밝혔다.
연쇄 탄핵이 현실화될 경우 국무회의 기능 마비와 함께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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