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경기도 부천의 한 카페 앞. ‘세움소 교회 주일예배 대관일’이라고 적힌 입간판이 눈에 띄었다. 건물 벽에 ‘세움소 카페’ 간판도 붙어 있는 이곳에서 이른바 ‘이중직 목회자’인 권현철(43) 목사를 만났다.
권 목사는 2년 전 예배당 마련을 위해 세움소 카페를 시작했다. 그와 아내인 김미선(39) 사모는 예배를 드릴 수 있는 별도 공간을 마련하지 못해 카페에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5개월 동안 권 목사 식구 네 명이 드리던 세움소 교회 예배는 현재 50명이 드리는 교회로 바뀌었다.
세움소 교회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권 목사가 마주한 문제는 크게 2가지였다. ‘주변의 시선’과 ‘목회자로서의 정체성’. 이는 이중직 목회를 고민하는 다수의 목사가 갖는 고민이기도 하다.
지난 6일 경기도 고양 일산광림교회(박동찬 목사)에서 기독교대한감리회 주최로 열린 ‘사회적목회 콘퍼런스’에서 나온 목회자 대부분의 고민은 ‘정체성 혼란’에 관한 것이었다. 사회적목회는 이중직 목회의 다른 표현이다. 권 목사는 “교회를 다니시는 분, 목회 선배들로부터 목사가 세상의 일로 돈 버는 것이 맞느냐는 얘기도 자주 들었다”면서 “세상일을 한다는 이중직 목회 우려에 스스로가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함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는 “성도를 목양하고 교회를 세우는 사람으로 목사 직무를 명확히 할 수 있다면 어떤 일로 부르셔도 상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교회와 카페 재정을 온전히 분리해 투명하게 운영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교회는 매 주일 카페에 대관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예배드리고 있다.
세움소 교회 성도 구성도 눈길을 끈다. 이 교회를 통해 교회를 처음 접한 교인이 3명 중 1명꼴이다. 또 나머지 교인 대부분이 ‘가나안 성도’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가나안 성도였던 김민지(35) 집사는 “기도가 필요했던 시기에 집과 가까운 카페에서 예배를 드린다는 사실을 알게 돼 교회에 다니게 됐다”고 말했다.
김 집사가 기독교에 부정적이었던 남편 이연규(34) 집사를 전도하게 된 것은 ‘카페’라는 편안한 공간 덕이었다. 세움소 교회 찬양팀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집사는 “카페에서 목사님과 친밀감이 생기면서 교회에 대한 부담감이 허물어졌다”며 “교회를 경험하게 됐고 예배가 주는 평안함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교회가 성장하면서 권 목사는 일과에서 목양을 위한 시간을 늘리기로 했다. 그는 “이중직을 할 때 내가 하는 일이 ‘투잡’이 아니라 ‘목회’임을 잊지 않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면서 “교회가 부흥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일과 목회가 분리되는 시점이 온다. 내가 원하는 목회가 아닌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대로 쓰임받겠다는 헌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천=글·사진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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