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전국 지지율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였을 때의 열세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 인종 문제를 거론한 이후 중도·무당파 표심 이탈 우려가 제기됐다.
데이터 분석업체 파이브서티에이트(538)가 전체 여론조사를 평균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현재 해리스 지지율은 45.1%, 트럼프는 43.6%로 나타났다.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5.7%에 그쳤다.
파이브서티에이트 분석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이후 진행된 여론조사만을 대상으로 했다. 지난달 21일 이후 실시된 65개 여론조사 중 트럼프 우위는 38개, 해리스 우위는 21개였고 나머지 6개는 동률이었다.
파이브서티에이트는 투표 가능성이 큰 등록 유권자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 조정을 한 결과 해리스가 더 우세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가중치 조정을 빼면 해리스와 트럼프 지지율은 44% 동률을 나타냈다.
파이브서티에이트는 “해리스는 바이든이 후보 사퇴 당시 전국적으로 트럼프에 3% 포인트 이상 뒤졌던 것보다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전국 여론조사 분석에서 트럼프는 7개 경합주 중 5곳(미시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애리조나·조지아)에서 우위를 보였다. 해리스는 위스콘신에서만 리드했고, 펜실베이니아에서는 두 후보가 동률을 이뤘다. 그러나 WP는 이것이 바이든 후보 사퇴 이전에 실시된 여론조사도 일부 포함한 수치이며, 해리스는 후보로 떠오른 뒤 경합주별로 0.6%~1.1% 포인트가량 지지율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측은 해리스가 후보로 깜짝 등극한 이후 일시적인 허니문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평가하지만, 대선 전략은 흔들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해리스의 인종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은 캠페인 전략에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종 관련 발언으로 ‘백인 남성 대 유색인종 여성’이라는 대결 구도만 부각됐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종 발언을 두고 “트럼프는 바이든의 재선 포기 결정 이후 받지 못한 주목을 받으려고 노력한 것”이라며 “균형을 잃었다는 느낌이 더욱 커졌다”고 평가했다.
해리스와 트럼프는 TV토론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면서 토론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트럼프는 전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해리스와 9월 4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TV토론을 하기로 폭스뉴스와 합의했다며 바이든과 합의했던 ABC방송 주최 9월 10일 토론은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바이든이 더 이상 후보가 아닌 데다 ABC와 자신이 소송 중이어서 토론이 취소됐다면서 폭스뉴스 주최 토론은 청중으로 가득 찬 상태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리스는 “언제 어디서든 토론하자”는 말을 트럼프가 ‘특정 시간, 특정 장소’로 바꿨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트럼프)가 동의한 대로 9월 10일 거기(ABC 주최 토론)에 갈 것이다. 그곳에서 그를 보길 바란다”며 기존 토론 일정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는 해리스가 자신의 TV토론 관련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TV토론에 나서지 않겠다는 최후통첩을 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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