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당 사무를 총괄하는 요직인 사무총장에 친한(친한동훈)계 재선 서범수(울산 울주·사진) 의원을 임명했다. 친한계 박정하 의원을 당대표 비서실장에 기용한 데 이어 당 장악력을 높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여권에서는 한 대표가 친윤(친윤석열)계로 꼽히는 정점식 정책위의장을 교체할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서 의원을 신임 사무총장에 임명하면서 “변화에 대해 유연하고, 어려운 일에 앞장설 수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서 사무총장은 전당대회가 열렸던 지난 23일 한 대표의 당선 축하 만찬 자리에도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간 당내에서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 대표는 인선에 있어 ‘변화’를 기조로 하되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지난 총선과 당대표 선거에서 보여준 민심과 당심은 분명히 저희에게 변화를 요구했다”고 언급하면서도 “많은 말씀을 들으면서 신중하고 차분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로 예상됐던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조급해 보이지 않으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친한계에서는 정 의장이 스스로 거취 표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 사무총장은 한 대표와의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임기 부분은 의미가 없다”며 “(정책위의장 인선은)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협의하지만 임명권은 대표가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당원 게시판이 수천건의 ‘정점식 사퇴’ 글로 도배되고 있다”며 “명분 없는 버티기로 당내 분란을 키울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친윤계는 당헌·당규에 따라 정 의장에게 1년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의장 역시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SBS라디오에서 “대표가 정책위의장을 바꾸려고 하고, 임기 1년 규정이 있는 정책위의장이 물러서지 않을 경우에는 굉장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당헌·당규에 대한 유권해석을 받자”고 주장했다.
이에 한 당직자는 “한 대표와 정 의장이 대화를 통해 풀면 되는 문제”라며 “유권해석 얘기는 두 사람의 정치력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정 의장 ‘교체론’과 ‘유임론’ 양쪽 모두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한계 인사는 “한 대표는 끌려다닌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하진 않을 것”이라며 “늦지 않은 시점에 결단을 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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