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유튜버 ‘쯔양’의 과거를 폭로할 것처럼 압박해 돈을 받아냈다는 의혹을 받는 유튜버들 관련 보도로 온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수년간 전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했던 쯔양을 향한 동정 여론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 했다는 유튜버들에겐 ‘사이버 레커(cyber wrecker)’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습니다. 사이버 레커란 교통사고가 나면 어김없이 달려오는 ‘레커’ 차량처럼 조회 수를 높일 수 있는 이슈가 생기면 순식간에 달려들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부 인터넷방송 진행자를 꼬집는 표현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한국교회도 돌아보게 됐습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SNS를 들여다보면 유사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페이스북 등으로 자의적 해석에 따른 ‘입바른 소리’를 쉬지 않고 남기는 ‘키보드 판관’들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교계에서 벌어진 여러 일에 대해 사실 여부는 뒷전인 채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는 식으로 쉽게 판단을 내립니다. 이뿐 아닙니다. 스마트폰 하나 달랑 들고 다니는 자칭 타칭 ‘1인 미디어’들도 기존 질서를 어지럽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교계의 각종 행사장에 나타나 이곳저곳 스마트폰을 들이대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계 인사는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들을 잘 살펴보면 결국 사건과 사고를 이용해 자신을 드러내려 한다는 점에서 요즘 구설에 오르는 사이버 레커들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언비어를 양산하는 유튜버들도 있습니다. 최근 장로회신학대가 ‘기독교계의 쯔양’이 되고 있습니다. 한 유튜브 채널에 의해 일방적 비난을 받고 있어서죠. 이 채널은 “장로회신학대 기숙사에 에이즈에 걸린 동성애자가 있다”는 내용의 콘텐츠를 유통했습니다. 학교는 발칵 뒤집혔고 적지 않은 교인 단톡방에 이 영상이 올라오며 ‘장신대=동성애 에이즈 환자 소굴’이라는 거짓 프레임이 확산됐습니다.
학교는 즉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이 채널이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는 한 장의 사진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정 에이즈 치료제를 들고 있는 손이 클로즈업된 사진인데 장신대는 “장소를 특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장신대 학생의 손이라고 볼 근거도 전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양측 공방이 이어지던 중 채널 운영자는 영상을 내리며 논란이 끝날 것처럼 보였지만 현재 이 채널에는 다섯 번째 영상까지 올라오며 논란이 식지 않고 있습니다. 한 영상에는 “장신대 생활관 학생 대상 PCR 전수 조사를 시행하자. ‘100억을 걸고 내기 하자’”는 등의 황당한 제안도 담겼습니다.
기독교포털 온맘닷컴 김택환 대표는 “사랑을 담아 느리게 바라보라”고 주문합니다. 그는 “무슨 일이든 기다리며 느리게 살펴본 뒤 입장을 내도 충분하다”면서 “이런 느림의 문화를 통해 넘쳐나는 콘텐츠들로 인한 혼란을 잠재울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느리게 바라보는 여유, 사이버 레커뿐 아니라 지금 우리 모두에게도 필요한 일 아닐까요.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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