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에서 수적 열세에 몰린 국민의힘이 21대 전반기 국회 때의 ‘다 가져가라’ 전략을 다시 쓸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0년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모두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했으나 ‘독주 프레임’의 여파 속에 이듬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21대 국회 사례를 참고해 민주당의 독선과 오만을 부각시키면서 ‘약자’ 이미지를 부각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는 “현실적으로 다른 수가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다만 “버릴 건 버리고 민생 관련 상임위원장이라도 가져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MBC라디오에서 “지금 4년 전과 똑같이 (원 구성) 합의를 안 하면 (민주당이) 그냥 다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4년 전처럼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그것에 대한 국민적인 역풍이라든지 국민적인 평가는 민주당이 받아야 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배 원내수석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민주당을 겨눠 집중적으로 ‘독주’ ‘역풍’ ‘오만’ 등 표현을 쓰고 있다.
여야는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법제사법위원장·운영위원장직 등을 놓고 양보 없는 힘 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이는 21대 전반기 국회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과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놓고 대치했던 상황과 비슷하다.
당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법사위원장을 못 지키면 상임위원장을 전부 포기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민주당이 결국 법사위원장 등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자 주 원내대표는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칩거에 들어갔다. 이에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주 원내대표를 찾아가 “민주당이 (상임위원장을) 다 가져가게 하고, 상임위원들은 제 역할을 하자”고 복귀를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여권에서는 이같이 민주당에 독주 프레임을 씌우는 것 외에 다른 대응책이 마땅히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상임위원장을 죄다 장악한다면 민주당도 국정 파행과 협치 실종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한 여권 관계자는 “야당이 권력 투쟁에 몰두하더라도 여당은 민생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반론을 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버릴 건 버려야 한다“며 “보건복지위나 국토교통위 등 민생 현안과 직결된 상임위를 맡아 국정 성과에 집중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구자창 이강민 기자 critic@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