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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삼체와 문화대혁명, 그리고 ‘셰셰’

고세욱 논설위원


최근 넷플릭스 TV 부문 1위에 오른 화제작 ‘삼체’는 중국 여성 물리학자가 외계인에게 지구의 좌표를 알려준 뒤 인류가 겪는 기이한 일을 다룬다. 그녀가 이런 일을 벌인 건 어릴적 겪은 문화대혁명(문혁)의 비극 탓이다. 교수인 아버지는 혁명에 반하는 빅뱅 이론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인민재판에 끌려와 홍위병들에게 구타당해 숨진다. 그녀는 반문명적·폭력적인 인간 대신 외계인에게 지구를 맡겨야 한다고 마음먹는다.

문혁은 1966~76년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이 주도한 극좌 운동이다. 인간 개조, 부르주아 풍토 일소가 명분이지만 주로 정적 및 지식인 탄압에 활용됐다. 사망자 약 200만명, 부상자 700만명, 정치적 박해를 받은 이가 1억1300만명(송재윤 ‘슬픈 중국’)에 달한 광기의 역사다.

문혁 기간 건설노동자로 하방된 덩샤오핑은 마오쩌둥 사후 최고지도자가 돼 문혁의 오류를 비판하고 중국의 개혁, 실용주의를 이끌었다. 현대 중국은 문혁을 반면교사해 경제 대국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덩샤오핑처럼 문혁 당시 핍박 받은 시진핑 주석의 집권 후 모습은 그래서 의아하다. 그는 임기제를 폐지,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면서 마오쩌둥이 절대권력을 휘두른 문혁 시대로 회귀했다는 평을 받는다. 시 주석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애국주의 젊은층은 홍위병을 연상케 한다. 역시나 삼체 방영 후 “중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며 악플을 퍼붓고 있다.

문혁은 한국과도 연이 있다. 1980년대 운동권 필독서로 불린 리영희 교수의 ‘전환시대의 논리’는 문혁과 마오쩌둥의 중국을 한껏 미화했다. 리 교수를 사상의 은사로 여긴 86운동권들과 그들이 주축인 문재인정부가 친중 행보를 보인 건 이런 이유일 테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유세에서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 그냥 셰셰(고맙다)하면 되지”라고 한 것도 그 연장선상 아닐까. 다만 덩샤오핑의 중국이 아닌 문혁의 기운이 스멀거리는 시진핑의 중국에 맹목적으로 ‘셰셰’하면 지정학적이나 경제적으로 큰일 날 일이다. 대통령을 꿈꾸면 그쯤은 알아야 한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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