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을 찾아드립니다.”
수년 전 대학 신입생이었던 A씨는 캠퍼스에서 낯선 이로부터 뜬금 없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상대방은 자신의 이름과 출신 고등학교까지 알고 있었다. 신천지 신도였던 그는 “누군가 당신을 첫사랑이라고 찾아달라고 부탁했다”며 그 사람을 만나보지 않겠느냐고 만남을 종용했다. A씨는 결국 만남의 자리에 나갔지만 상대방 대신 자신을 이벤트 진행자라고 속인 신천지 신도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B씨의 경우도 자신의 번호로 ‘○○언니’의 전화를 받고 어리둥절했던 때가 있었다. 당시 대학 신입생이었던 B씨는 그 순간 지하철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빌려줬던 기억을 떠올렸다. 낯선 이로 위장한 신천지 신도가 휴대전화를 빌려가는 척하면서 자신의 전화번호를 저장한 것이다.
이단, 신종 포교로 캠퍼스 활개
코로나19 전후로 기승을 부리던 이 같은 이단 단체의 포교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당근 등 중고거래 사이트, 동네 취미 모임으로 접근하는 등 포교 방식이 다양해졌다. 젊은 세대의 문화코드를 집중 공략해 K컬처·축구·댄스·힙합 등 다양한 동아리로 위장해 캠퍼스 내에 숨어 있다. 특히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은 캠퍼스 내 이단 포교활동이 1년 중 가장 활발한 때다. 다시 말해 캠퍼스 선교단체와 교회 청년부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캠퍼스 선교단체 연합체인 학원복음화협의회(학복협·상임대표 김태구 목사)는 캠퍼스와 교회 청년부의 이단 피해를 예방하고자 이단경계주의보를 발령했다.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은 5일 “요즘 이단은 아예 대학교를 만드는 수준”이라며 “신학대학과 기독대학 학생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단 신도 가운데 목사 안수까지 받는 일명 ‘신분세탁’도 서슴지 않는다”면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이단 단체가 일부러 정식 기독 단체와 이름을 비슷하게 지어 학생들로 하여금 혼동하게끔 하는 경우도 있다”며 “반드시 각 대학 교목실에 문의해 이단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수전도단’은 정식 단체지만 ‘땅끝 예수전도단’은 이단 단체다. 또 ‘IVF(한국기독학생회)’는 구원파 유관 단체인 ‘IYF(국제청소년연합)’와 혼동하기 쉽다. 신천지의 경우 텔레마케팅이나 소모임 애플리케이션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이단 대처 이렇게
이단들의 포교방식만큼이나 캠퍼스 선교단체의 이단 대처법도 다양하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대표 박성민 목사)는 가입 의사를 밝힌 학생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담을 진행해 사전에 이단 신도를 가려낸다. 연세대학교 기독학생 연합회(연기연)의 경우 매년 서류 심사를 통해 검증된 선교단체에 한해 패찰을 발급하고 학기말에 회수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정용한 연세대 원목은 “코로나19 이후 JMS 신천지 등 미등록 단체 때문에 기독교 전체에 대한 반감과 무관심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연기연에 정식 등록된 단체는 단체 채팅방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이단 피해를 막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독 학생들은 교회와 자신이 속한 선교단체 외에 성경 공부와 집회에 참석하지 말라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참여할 경우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단체 또는 출석 교회 사역자에게 검증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단 상담도 활용할 수 있다. 학복협이나 현대종교,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등에 의뢰해 이단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유경진 기자, 최하은 인턴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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