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명문 토머스제퍼슨고 ‘아시아계 차별’ 소송 기각

입학전형 ‘인종 중립’으로 바꾼 뒤
아시아계 줄고 흑인·히스패닉 늘어
1심 “위헌”… 2심 “차별 아냐” 뒤집혀

미 연방대법원. AP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아시아계 지원자를 차별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토머스제퍼슨과학기술고(TJ)의 입학 제도 관련 소송을 심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입학 기준을 바꾸면서 아시아계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던 입학 제도에 위헌 요소가 없다고 보고 학교의 자율적 결정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TJ의 인종 중립적 입학 정책을 폐기해 달라며 제기한 학부모 단체의 소송을 심리하지 않고 돌려보낸다고 밝혔다. 버지니아주 북부에 있는 TJ는 미국 최고의 공립 과학영재고로, 현지 한인들도 자녀를 보내고 싶어하는 학교로 꼽힌다.

이번 사건은 아시아계 학부모 단체가 TJ의 새 입학 전형에 반발해 2021년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이 학교는 2021년부터 적용되는 입학 전형에서 어려운 것으로 유명했던 입학시험을 폐지하고, 학생 평가 시 거주 지역과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등 ‘인종 중립’ 요인을 고려키로 했다. 또 원서 비용(100달러)을 없애고, 페어팩스 카운티 학군에 소속된 중학교마다 입학 인원을 할당했다.

그 결과 전체 입학생의 73%를 차지하던 아시아계는 2021년 54%로 급감했다. 반면 흑인은 2%에서 8%로, 히스패닉은 3%에서 11%로, 백인도 18%에서 22%로 증가했다. 이에 아시아계 학부모들은 새 입학 제도가 아시아계 지원자를 배제하려는 목적이 짙다며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1심 법원은 이 정책이 수정헌법 제14조 평등 조항에 위배된다며 학부모 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지난해 5월 2심 법원은 입학 정책에 차별적 의도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이 학부모 단체의 심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위헌 판결을 기대했던 현지 한인 학부모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페어팩스 만투아 지역 중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을 둔 김연수씨는 “학업 성적이 좋은 아시아계, 특히 한국계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자”라며 “TJ 진학을 위해 4년을 준비했는데, 영어 잘하고 명문 중학교 다녀서 제한이 생긴다는 게 말이 되느냐. 개인 성취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지난해 6월 ‘소수인종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에 대한 위헌 결정과 모순되는 측면이 있어 향후 인종 갈등 사안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보수 성향 대법관 2명(새뮤얼 얼리토, 클래런스 토머스)은 2심 판결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을 냈다. 얼리토 대법관은 “TJ의 입학 제도는 대학 입학에서 인종적 특혜를 폐지한 대법원 판결을 피하려는 청사진으로 모방할 소지가 다분하다”면서 “(2심 판결은) 특정 인종 집단이 다른 인종보다 우수한 성과를 낸다면 그 인종을 차별해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걸 사실상 공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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