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심장질환, 응급 치료가 끝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재활’

스텐트 삽입 환자 30∼50%, 질환 재발
재활 치료, 재발 위험 30% 이상 낮춰
대형 병원들 속속 ‘센터’ 개설 나서

심장질환자가 이대목동병원 심장재활센터에서 의료진 도움을 받아 트레드밀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A씨(63)는 지난해 6월 집에서 TV를 보던 중 심정지로 갑자기 쓰러졌다. 다행히 가족이 119에 신속하게 연락한 데 이어 구급대원의 심폐소생술, 병원 이송 후 응급 스텐트 삽입 시술 및 저체온 요법(심부 체온 낮춰 뇌신경 보호)을 통해 뇌손상 없이 회복됐다. A씨는 중환자실 입원 때부터 ‘심장재활 치료’를 시작했다. 퇴원 후에도 약 3개월간 매주 2번씩 병원 내 심장재활센터를 찾았다. 심장재활 치료는 심혈관질환을 겪은 이들이 건강한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맞춤형 운동과 함께 식생활습관·스트레스 관리 등 교육을 제공받는 프로그램이다. 급성기 치료가 끝난 시점부터 적극적으로 권고된다. 질환의 재발과 합병증 예방이 목적이다.

심장재활센터 의사는 “A씨의 경우 초반에는 트레드밀(러닝머신) 운동 시 빈맥과 부정맥이 간단히 있고 산소포화도 저하도 관찰됐으나 점차 운동 능력이 높아졌다”고 했다. 다시 심정지가 찾아오지 않을까 불안했던 A씨는 “늘 돌연사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심장재활 치료를 받은 후 걱정이 많이 줄고 건강이 회복되고 있다는 걸 느꼈다”며 만족해 했다. A씨는 지금까지 재발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심혈관질환으로 응급 수술 혹은 시술을 받아 ‘급한 불’을 껐다고 해서 치료가 끝난 것이 아니다. 재발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심장 스텐트 삽입 환자의 약 30~50%가 재발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대목동병원 심장재활센터장인 강인숙 순환기내과 교수는 19일 “심장질환을 경험한 환자들은 심장 발작이나 재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많은 경우 스스로 운동을 시작하거나 지속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면서 “심장재활 프로그램은 연령, 위험 요인 등 환자 상태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 후 개인별로 맞춤형 운동을 처방한다”고 설명했다.

이대목동병원은 지난해 6월 심장재활센터의 문을 열었다. 심폐운동부하(CPX)검사 장비와 트레드밀, 에르고미터(고정식 자전거) 운동 기구 등 심장재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췄다. 심장질환자가 하는 운동 프로그램인 만큼, 주치의의 정밀한 환자 상태 파악에 더해 심장재활 전문 순환기내과와 재활의학과 교수가 다학제로 치료에 참여한다. 아울러 간호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약사 등 여러 전문 직종이 긴밀하게 협업해 질환·증상 교육과 복약 지도, 식이 상담, 위험요인 관리, 심리·사회적 지원을 함께 수행한다. 강 교수는 “심장재활은 단순 운동을 넘어서는 치료”라며 “교육을 통해 질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오해를 해소하고 올바르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부연했다.

강인숙 심장재활센터장(왼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환자가 매트에 누워 근력 운동하는 모습.

실제 이런 심장재활 치료가 심혈관질환의 재발 위험을 30% 이상 줄인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최근 국제학술지(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과 심장내과 연구팀이 2014~2020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관상동맥중재술(약물로 혈전을 녹이거나 스텐트로 혈관을 넓힘)을 받고서 심장재활을 처방받은 환자 2900여명을 분석한 결과, 심장재활에 참여한 환자(1156명)의 1년 내 심근경색 재발 위험은 비참여군 보다 32% 낮았다. 중증도가 높은 환자일수록 심장재활 효과가 컸다. 좁아진 혈관이 3개 이상인 환자와 스텐트를 2개 이상 넣은 환자는 심장재활 참여로 재발 위험이 각각 45%, 46% 줄었다. 또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선행 연구에 따르면 심장재활 치료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5년 사망률이 45~47%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심장질환 치료 후 심장재활이 강력히 권고되고 있다. 국내 대형 의료기관도 심장재활센터를 속속 개설하고 있다. 2017년 2월부터 심장재활에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들의 비용 부담도 덜어졌다. 운동 치료 시 입원 중 하루 2번, 퇴원 후엔 36회까지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아직 인지율이 낮아 심장질환자의 심장재활 참여율은 10%대에 그친다.

대다수 순환기내과 입원 환자들은 심장재활의 대상이 된다.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 허혈성 심장질환, 심부전, 말초혈관질환자이거나 관상동맥우회로 수술, 관상동맥성형술, 심장이식, 판막치환술, 인공 심박동기 삽입술 등을 받은 경우 등이 해당한다.

심장재활은 대체로 수술 등을 거쳐 중환자실에서부터 시작한다. 중환자실 입원 환자들은 근육 손실이 빠르게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 이 자체가 환자의 심폐 기능에 긍정적이지 않다. 이때 심장재활에 나서면 근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환자의 정서와 인지기능에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환자실에서 회복한 환자는 일반병동으로 옮긴 후 심장재활센터에서 본격적인 운동 치료에 나선다. 강 교수는 “주치의 판단하에 금기가 되지 않는 환자들은 입원 중 심장재활 교육과 운동 치료를 시작하고 퇴원 후에는 스스로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가정 심장재활로 이어지도록 돕는다”면서 “다만 치명적인 부정맥이 수시로 발생하거나 폐에 물이 차서 산소포화도가 저하되거나 혈압이 너무 떨어지는 환자들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한 후 심장재활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장재활 치료 시 주의할 점이 있다. 운동이 끝난 후 사우나는 금물이다.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경쟁적인 스포츠를 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또 상처 등 외상을 입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심혈관질환자들은 대개 혈전 예방약(항혈소판제)을 복용하기 때문에 상처가 생길 경우 피가 멈추지 않고 지혈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