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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눈물로 ‘알츠하이머’ 조기 발견… 5년 내 상용화 기대

퇴행성 질환 조기 진단 시대 열리나

눈물에는 뇌신경의 병적 변화를 나타내는 바이오마커들이 들어있다. 이 생체 표지자들을 감지해 알츠하이머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조기 발견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용인세브란스 안과 지용우 교수팀
바이오마커 발굴, SNAFIA 개발
눈물 샘플로 면역분석법 유효성 확인
적용 쉽고 저비용… 눈안 방수는 한계
눈물 활용 콘택트렌즈 상용화 가능성
연구비 축소 어려움… 지속 지원 필요

눈물이나 방수(안구액)로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조기 발견하는 시대가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르면 5년 내에 눈물에 존재하는 알츠하이머병 특이 바이오마커(생체 표지자)를 감지하는 콘택트렌즈가 국내에서 상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실화할 경우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신경질환 진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알츠하이머병의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지난해 인지 저하 등 질병 진행을 늦춰주는 신약이 개발된 상태다. 따라서 경도인지장애 등 치매 전(前)단계에서 최대한 일찍 발견해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극복 방법이다.

기존 진단법 번거롭고 고비용

이를 위해 가급적 고통스럽지 않고 비용이 적게 드는 조기 진단법 개발이 절실하다. 현재 임상에서 가장 확실한 알츠하이머병 진단법은 뇌에 쌓인 독성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확인하는 것인데, 뇌척수액 검사나 특수 뇌영상촬영을 통해 이뤄진다.

뇌척수액 검사는 숙련된 의사가 환자 허리뼈에 굵은 바늘을 찔러 척수액을 뽑아야 하고 검사 후에는 몇 시간 가만히 누워있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조기 진단이나 스크리닝(선별)검사법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구조·기능적 뇌 영상 즉, MRI나 방사성동위원소 FDG 이용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는 정상 노인들에게도 유사한 소견이 나타나는 단점이 있다. PET-CT는 1회 촬영 비용이 130만~150만원으로 고가다. 방사선 노출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최근엔 혈액이나 콧물, 소변, 타액으로 암 등 질병을 진단·모니터링하는 ‘액체생검’이 각광받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혈액 검사법이 일부 상용화돼 있기도 하다. 혈액이 아닌 ‘비혈액성 액체생검’에 대한 연구도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눈의 액체를 이용한 알츠하이머병 진단이 그중 하나다.

연세의대 용인세브란스병원 안과 지용우 교수팀은 2017년부터 7년째 연세대 공대, 한국기계연구원과 함께 치매 등 뇌 질환을 안과 액체로 진단하는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눈은 뇌신경의 일부이고 세포·조직학적으로 뇌와 매우 유사하다. 즉 뇌신경의 병변들이 눈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수 있다. 눈 안을 채우는 방수는 시신경(2번 뇌신경)과 시세포들을 직접 접촉해 병적 변화를 반영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사후 안구를 부검했더니 방수가 접촉하는 망막·포도막 등에서 베타 아밀로이드의 침착이 관찰됐다. 눈물은 눈 표면 및 눈물샘에 존재하는 삼차신경(5번 뇌신경)의 변화를 반영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PET-CT촬영 결과,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뿐 아니라 눈물샘에서도 증가가 보고됐다.


연구팀은 눈물에서 알츠하이머병 특이 바이오마커(CAP1 단백질)를 발굴하고 이를 잡아내는 고감도 센싱 플랫폼(SNAFIA)을 개발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센싱 플랫폼은 선정된 바이오마커만을 선택적으로 검출할 수 있는 나노(10억분의 1) 크기 구조체 기반의 면역 분석법으로, 항원-항체 반응을 통해 증폭된 형광 신호를 방출하기 때문에 극소량의 눈물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정상군(14명), 경도인지장애군(15명), 알츠하이머병군(10명)의 눈물 샘플을 활용해 해당 면역 분석법의 유효성을 확인했다. 경도인지장애군과 알츠하이머병군에서 정상군 대비 각각 76.2%, 97.1%의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

지용우 교수는 12일 “39명의 눈물 샘플 대상으로 면역 분석법을 통해 얻은 형광 신호값이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등 알츠하이머병 진행 단계에 따라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도인지장애 진단 정확도 70%대는 선별 검사 목적으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지 교수는 “단순 건망증인지 알츠하이머 질환인지 감별이 어려운 상황에서 무조건 고비용의 MRI나 PET-CT를 찍기보다는 검사가 필요한 사람을 가려내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눈물과 방수에서 알츠하이머병 관련 바이오마커들은 유사하나,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눈물에서 포착되는 CAP1 단백질도 방수에서는 검출되지 않는다.

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에 국한된다. 하지만 연구 과정에서 파킨슨병 등 다른 뇌질환자들의 눈물을 분석한 결과 각 질환 특이적 바이오마커들을 찾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독창적 연구 계속돼야”

눈은 중추신경계의 연장으로 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연결고리다. 다만 현재 안과 분야에서 이를 이용한 연구는 망막 이미지 촬영 등이 주를 이룬다. 이런 방법은 고령자의 협조 저하, 다양한 노인성 안질환의 동반 등으로 정확도가 떨어진다. 반면 눈물은 수집 시 통증 및 공포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노인에게도 적용하기 쉬울 뿐 아니라 저비용으로 반복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눈 안의 방수는 반복 채취가 어렵다.

연구팀은 이런 이유로 방수의 경우 알츠하이머병 표지자를 잡아내는 진단 센서가 결합된 인공 수정체(인공렌즈 혹은 안내렌즈)처럼 눈에 반영구 삽입하는 체내 의료기기 개발을 추진 중이다. 눈물의 경우 진단 센서가 장착된 콘택트렌즈나 눈물을 따로 채취해 진단에 활용하는 키트 형태로 개발할 계획이다.

지 교수는 “인공 수정체의 경우 의외로 장벽이 많아 시간이 더 오래 걸릴 것 같고 눈물을 활용하는 콘택트렌즈는 5년 안에 상용화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눈물에서 포도당을 측정해 당뇨병을 진단·모니터링하는 콘택트렌즈가 나와 있으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뇌질환 진단 콘택트렌즈는 아직 없다.

지 교수는 아울러 “뇌질환 특이 바이오마커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가 중요한데, 현 정부의 과학기술계 연구비 축소 방침으로 연구비가 절반가량 삭감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독창성 높은 연구들이 이어지도록 국가 연구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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