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 민심 달래기에 앞다퉈 나섰다. 국민의힘은 당력을 총동원해 피해 복구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민들의 애로 사항을 청취하며 민심을 보듬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의 모든 조직을 총동원해 복구 활동을 지원하고 이재민을 위한 성금 모금도 시작하겠다”면서 “예비비 활용 등을 통해 재해 복구와 예방 관련 사업을 먼저 실시하고, 내년 예산에도 우선적으로 충분히 반영되도록 챙기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에 대해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며 “책임자에 대해서는 신분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문책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서울상황센터를 찾아 “앞으로 어느 한 곳도 안전한 지역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재난안전에 대한 생각도, 판단의 기준도, 대비책도 달라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수해 지역 중 하나인 전북 익산시 망성면 화산리를 찾았다. 민방위복에 장화 차림으로 침수된 논밭과 비닐하우스 등을 둘러본 이 대표는 물에 잠긴 논을 바라보며 “배수시설 같은 방재시설 확보는 앞으로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될 것 같다”면서 “중앙정부에서 대비 시설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인근 성북초등학교에 마련된 이재민 대피소에서 주민들을 만났다. 이 대표는 “살려 달라”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해 달라”고 외치는 이재민들을 끌어안으며 위로했다. 이 대표는 깔개와 텐트를 지원해 달라는 이재민 요청을 듣자 동행한 전북도 관계자에게 “(타 시군에) 지금 바로 전화해 보내 달라 하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야 원내지도부는 이날 침수·하천범람 방지를 위한 수해 관련 법안의 우선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를 오는 27일 열기로 합의했다. 피해 복구가 정쟁보다 급선무라는 취지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불요불급한 정쟁을 하지 않도록 민주당과 협의하겠다”고 말했고,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여·야·정 태스크포스(TF)를 열어 수해 복구·지원에 머리를 맞대자고 제안했다.
다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상황이다. 이 대표는 익산 수해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수해 대책으로 ‘포스트 4대강 사업’을 거론한 것을 두고 “참 나, 4대강이 뭔지 잘 모르겠다. 국민들이 당장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 실질적 대안을 말씀하셨으면 더 좋겠다”고 날을 세웠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이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하며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궁평지하차도로 밀어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 것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윤 원내대표는 “유족의 아픔까지 이용해야 했는지 묻고 싶다”며 “재난을 정쟁의 무기로 쓰는 나쁜 버릇”이라고 지적했다.
구자창 기자, 익산=박장군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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