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향긋 쌉쌀한, 바닷속 봄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봄 내음 가득한 통영 멍게양식장

붉은빛 멍게를 주렁주렁 단 어선이 지난 8일 경남 통영의 항구로 들어오고 있다. 우둘투둘한 돌기와 진홍빛 색깔이 멀리서 보면 꽃이 핀 것 같다.

지난 7일 찾은 경남 통영시 도남동 멍게양식장. 봉줄에 달린 붉은빛 멍게가 물총을 쏘아대며 쉴 새 없이 레일을 타고 뗏목 위로 쏟아집니다. 육지에 꽃이 피는 봄, 경남 통영의 푸른 바닷속에도 붉은색의 화려한 멍게 꽃이 주렁주렁 피어오릅니다. 어부들은 멍게를 길어 올릴 때 ‘바다 꽃이 폈다’고 합니다.

멍게가 사투리였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원래 ‘우렁쉥이’가 표준어였지만, 1988년부터 경상도 사투리인 ‘멍게’가 복수 표준어가 됐습니다. 멍게 생산량의 70%가 통영에서 생산돼 다들 그렇게 불렀기 때문입니다.

통영의 멍게 양식은 1970년대 중반 통영 어민 고 최두관씨가 자연산 멍게의 씨를 받아 양식한 게 시초입니다. 수온이 양식에 적당하면서 파도가 세지 않은 지리 환경, 어민들의 지속적 노력으로 통영은 자타공인 우리나라 최고의 멍게마을이 됐습니다.

이충남(오른쪽 세 번째) 거림수산 대표와 직원들이 지난 7일 통영의 작업장에서 갓 수확한 멍게를 들어 보이는 모습.

이충남 거림수산 대표는 “우리가 먹는 멍게 살은 멍게의 내장·아가미·심장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입에 넣으면 향긋하면서도 짭조름한 바다향이 올라온다. 신티올(cynthiol)이라는 불포화 알코올 성분 때문인데 숙취 해소에 좋다. 타우린(taurine)과 베타인(betaine) 성분을 많이 갖고 있어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낮추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고 멍게 효능을 소개했습니다.

붉은빛 멍게가 봄이 왔음을 알리듯 물총을 쏘아대고 있다. 멍게는 수면 위로 올라오면 압력 차이로 인해 품고 있던 물을 내뿜는다. 영어권에선 멍게를 '바다의 물총'(Sea Squirt)으로 부른다.

멍게는 암수한몸으로 성숙하면 알과 정자가 출수공을 통해 해수 중에 방출돼 수정이 이뤄집니다. 수정란은 올챙이 모양의 작은 유생이 돼 물속을 유영하다가 성체가 되면 스스로 바위에 붙어 식물화됩니다.

통영의 한 작업장에서 멍게 분리 작업을 하는 모습.

통영 멍게는 대개 수하식으로 양식합니다. 밧줄에 유생을 붙인 다음 바닷물 아래 매달아 키웁니다. 그렇게 2~3년 자라면 쌉쌀한 봄 내음과 함께 싱싱한 멍게를 밥상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통영=사진·글 이한형 기자 goodlh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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