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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행동주의 펀드 돌풍에 다시 생각하는 기업 정도 경영

SM, 오스템임플란트 지분 매입
구조 개선·주주 이익 대변 평가
먹튀 우려보다 투명경영 계기 삼길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 SM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캡처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약 15%를 매입해 SM 1대 주주로 올라선다는 소식은 지난 주말 큰 이슈였다. 그런데 엔터 업계의 지각 변동을 일으킨 SM 경영권 분쟁의 시작은 미약했다. 얼라인 파트너스라는 펀드가 약 1년 전 “이수만의 일감 몰아주기 등 황제 경영이 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며 지분 약 1%를 매입했다. 무명 펀드의 경영개선 요구는 그러나 여론 지지를 얻으며 결국 이씨 퇴진과 지배구조 변화를 이끌었다. 얼라인 파트너스처럼 최근 자본시장에 파장을 일으키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약은 ‘주주 이익’ ‘투명한 지배구조’라는 기업 경영의 기본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주고 있다.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해 의결권을 확보, 단기 수익을 노리는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거세지는 추세다. 12일 글로벌 의결권 조사기관인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지난해 행동주의 펀드 공격을 받은 한국 기업은 47곳으로 2020년 10곳에서 대폭 늘었다. 수익만 노리는 먹튀 행세만 했다면 기업 사냥꾼으로 평가절하될 수 있지만 이들의 타깃을 보면 상당수가 개선 여지가 많은 업체들이다. 강성부 펀드(KCGI)는 2000억원이 넘는 사상 초유의 횡령 사건에 따른 오스템임플란트의 내부 통제 문제를 지적하며 지분을 매입했다. 계열사 편법 지원 및 지배구조 개선(태광산업), 주주환원 미진(각 금융지주사)도 문제로 지적받아 왔다.

국내 증시는 여전히 ‘코리아 디스카운트’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다. 원인 중 하나가 ‘소액주주 배제, 대주주 중심 의사결정’ 행태다. 행동주의 펀드는 이 부분을 노렸다. 결국 경영진 등이 회사를 사유화해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며 후진적 지배구조를 노출한 업체들이 최근 사태를 자초한 셈이다. 올들어 SM과 오스템임플란트 주가가 각각 약 50%, 36% 뛴 것은 행동주의 펀드의 순기능을 보여준다. 물론 주주 이익만 신경쓰다 투자를 소홀히 할 경우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5년 전 미국 헤지펀드가 현대차 등에 고배당을 요구하며 경영권을 위협한 사례도 있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춘 상장사에 경영권 보호 장치를 주는 제도적 방안은 고려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이 정도를 지키면 경영권 박탈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 것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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