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가나다순)의 4파전으로 압축됐다. 4명을 뽑는 최고위원 본경선에는 김병민·김용태·김재원·민영삼·정미경·조수진·태영호·허은아 후보 등 8명이 진출했다. 청년최고위원 한 자리를 놓고는 김가람·김정식·이기인·장예찬 후보 등 4명이 경쟁하게 됐다.
유흥수 전당대회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10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이같은 예비경선(컷오프)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조사는 지난 8~9일 3개 여론조사 기관을 통해 책임당원 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후보들의 득표율과 순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천하람 당대표 후보와 김용태·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등 이준석 전 대표가 지지하는 후보들이 전원 컷오프를 통과한 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성중·이만희·이용 등 친윤(친윤석열)계 현역 의원들이 탈락한 점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청년층 당원들에 대한 강한 영향력이 표심으로 나타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벌어진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논란에 대한 반감이 친윤 주류세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친이준석계 지지로 연결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한 의원은 “친윤계 후보들이 난립한 측면이 있고, 친이준석계는 후보들을 압축적으로 내면서 표심이 분산되지 않았던 전략상 차이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친이준석계 후보들이 약진하면서 각 캠프도 전략 수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더 나은 미래 서약식’에서 “우방국인 튀르키예에서 재난이 발생한 만큼 저희 캠프 차원에서 홍보·선전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며 차분한 경선을 치르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 측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에 대한 네거티브 메시지도 자제한다는 방침이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과 천 후보가 ‘비윤’ 표심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굳이 안 의원을 공격해 ‘윤심’ 논란을 상기시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수도권 대표론’ 메시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정책공약으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안 의원은 서약식에서 “이번 경선에서 후보를 뽑는 기준은 단 하나”라며 “내년 총선에서 누가 한 표라도 더 얻을 수 있는가. 누가 한 사람이라도 더 당선시킬 수 있느냐다”고 말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다른 후보들은 친윤계와 친이준석계의 대리시험을 치르고 있는 모습”이라며 “본경선에서 정책대결이 시작되면 ‘자체 발광체’ 후보는 누구인지 당원들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천 후보는 서약식에서 “(저에 대한 지지는) 천하람이 잘나서가 아니라 국민의힘이 더 잘하고 개혁돼야 한다는 바람이 투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교안 후보는 “정통 보수정당의 가치를 지키겠다”며 “이것이 미래전략이면서 총선전략이며, 혁신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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